매년 수천켤레 나눔 지역서 화제
"7년 전부터 손찌검" 경찰 신고
개인사정 등 이유 고소장 미제출

인천에서 형편이 어려운 이웃들을 위해 20년 넘게 양말을 기부해 온 송상례(57·인천 남동구)씨가 가정폭력 피해를 고백하며 지역사회에 도움을 호소했다.

송씨는 '양말 기부천사'로 지역신문 등에 여러 차례 소개된 인물이다.

그동안 그가 기부한 양말은 매년 수천 켤레에 달한다. (1월26일자 8면 보도=인천 겨울 훈훈하게 만드는 '양말 온정')

이달 초 송씨는 "남편이 죽이겠다고 협박해 불안하다"는 취지로 인천논현경찰서에 신고했다.

그러나 송씨는 개인 사정 등을 이유로 고소장은 제출하지 않았다.

경찰 관계자는 "사건이 접수되지는 않았지만, 지속적으로 송씨와 연락하면서 상황을 파악하고 있다"며 "보안상 이유로 밝힐 수는 없지만 임시 보호조치도 취했다"고 말했다.

송씨는 과거에도 남편 A(57)씨의 폭력에 시달리고 있다며 경찰에 신고한 적이 있다.

하지만 신고 이후 처벌을 원치 않는다는 송씨 의사에 따라 A씨는 입건되지 않았다.

폭행죄는 반의사불벌죄에 따라 피해자가 원하지 않으면 처벌되지 않는다.

경인일보 설득 끝에 어렵게 입을 연 송씨는 "남편의 외도를 의심하자 약 7년 전부터 손찌검이 시작됐다"고 하소연했다.

송씨는 남편의 폭행으로 고막이 파열되는 등 병원 신세를 지기도 했다고 말했다.

송씨가 건넨 수십 개 녹음파일에는 A씨가 "죽여버리겠다"고 욕설하며 협박하거나, 송씨의 목을 조르거나 때리는 듯한 소리가 담겨 있다. "살려주세요" "미안해"라고 비는 송씨의 목소리가 들리기도 했다.

송씨는 사건 접수를 주저하는 이유에 대해 "조카가 유명 트로트 가수이고, 친언니는 무형문화재 전수자"라며 "남편이 유명인인 가족들에게까지 해코지할까 걱정됐다. 불구속 수사가 이뤄질 경우 보복 등도 우려된다"고 했다.

이어 "언론과 지역사회에 가정폭력 피해 사실을 알리면 도움을 받을 수 있지 않을까 해서 인터뷰에 응했다"며 "공론화되면 남편의 폭력이 조금이나마 줄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제는 사건 접수(신청)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A씨는 "누가 그런 소리를 했는지 모르겠지만, 그런 사실이 전혀 없다"고 반박했다.

/변민철기자 bmc0502@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