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정세를 읽지 못할때 외세 침략
현재 美·中경쟁 2강 틈바구니 놓여
정치 혐오·경제 새동력 찾지 못해
국가 보존·융성을 위해 협력 해야
우리 역사를 되돌아보면 민족 분열과 외세 침입으로 고난을 겪은 적이 많다. 고조선과 삼국시대에 드넓은 만주는 한민족의 강역이었지만 고구려의 패망으로 터전이 축소되었으며, 발해의 멸망으로 만주 대부분을 상실하였다. 고려가 건국하고 북쪽 국경은 만주지역에서 발흥한 거란, 여진, 말갈, 몽골 등의 침입을 받으면서 유동적으로 변했다. 사실 만주에 살고 있던 만주족은 우리 민족과 형제에 가까웠지만, 영토와 지배력을 두고 투쟁하였다. 만주에 살던 민족을 우리의 역사에 편입해야 할 때이다. 조선이 성립하면서 한반도의 강역이 오늘날과 같은 모습으로 축소되고 만주를 상실하였다. 구한말에 먹고살기 어려운 조선인은 만주와 연해주로 이주하여 영토를 확장했지만, 일본이 괴뢰국가인 만주국을 세우면서 간도와 연해주의 지배력도 상실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삼국시대, 고려시대, 조선시대를 거치면서 우리 민족이 외세의 침략과 간섭을 받은 시기는 대개 분열의 시기였다. 고구려와 백제가 멸망할 때 신라는 당나라를 끌어들여 두 나라를 멸망시켰지만 당나라는 고구려와 백제 땅에 도독을 임명하고, 군대를 주둔시키고, 신라를 정벌하는 전초 기지로 삼았다. 신라와 고구려 유민은 당나라를 축출하기 위한 무력 투쟁을 전개하여 마침내 당을 축출하였다. 신라와 발해의 성립은 외세로부터 한민족을 보존하고 민족 주권을 확립하였다고 할 수 있다. 고려시대에는 거란과 몽고의 침입으로 주권을 상실할 위기에 처했지만 극복하였다. 1231년 몽고가 침입하고 공민왕 때에 원나라의 간섭에서 벗어나는데 거의 100년이 걸렸다. 조선시대에 조일전쟁으로 망할 뻔하였지만, 백성이 의병을 일으키는 등 자주적 항쟁으로 이를 극복하였다. 조선은 새로 개국한 청나라와의 갈등으로 병자호란을 겪었지만, 청나라가 조선에 병사를 주둔시키지 않아 청의 간섭을 받았지만, 구한말까지 나라를 존속할 수 있었다.
그러나 서양 문물을 받아들이는 데 뒤처진 조선은 일본의 식민지로 전락하였지만, 우국지사들의 투쟁으로 독립을 맞이하였다. 한국전쟁을 유엔군의 도움으로 극복했지만, 우리 민족은 두 나라로 나뉘어 대립하고 있다. 우리 민족이 융성한 때에는 내부적 화합이 굳건하고 국력이 융성한 때였다. 반대로 외세의 침략을 당할 때는 국론이 분열되고 내부의 통합이 일어나지 않았으며 국제 정세를 제대로 읽지 못했던 때였다.
이제 현재의 우리나라의 상태를 생각해 보자. 대한민국은 한국전쟁 이후 피폐한 상태에서 경제적 성장을 이룩하고, 우리에게 생소했던 민주주의를 받아들여 민주국가를 이룩하였다. 작금의 국제 정세는 2강인 미국과 중국이 경쟁하는 틈바구니에 놓여 있으며, 정치는 통합보다는 분열과 혐오의 길로 나아가고 있다. 경제는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지 못하고 비틀거리고 있다. 대한민국이 국가를 보존하고 융성의 길로 나아가기 위해서 분열보다 통합과 단결의 길로 나아가야 한다. 우리의 자주적 민주주의와 독특한 경제 성장 동력을 찾기 위해서 우리 모두 머리를 맞대고 서로 협력해야 할 때이다.
/이재우 인하대학교 교수·前 미래학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