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발 온라인 게임 '검은 신화: 오공'(이하: '오공')이 화제다. '오공'은 중국 게임개발업체인 '게임 사이언스'가 개발한 3인칭 액션 게임으로 중국 4대기서의 하나인 '서유기'를 기반으로 한 게임이다. 서유기는 부처·신선·요괴 등 다양한 캐릭터들이 등장하는 판타지소설, 이른바 신마소설(神魔小說)이다. 당나라 고승 현장(602~664)이 장안에서 인도로 구법 여행을 떠나 불경을 가져오는 과정을 기록한 여행기 '대당서역기'가 작품의 모티프요, 기반이다. '대당서역기'는 현장의 제자인 변기(辯機)가 기록한 책으로 이것이 오랜 세월을 거쳐 변용되고 발전을 거듭하다 명나라 때 오승은(1500~1583, 추정)이 통속 100회본 장회소설로 집대성했는데, 바로 우리가 아는 '서유기'다.
코난 도일은 에든버러 의과대 스승인 조셉 벨 교수를 모델로 삼아 탐정의 대명사 셜록 홈즈를 창조했고, 나관중이 '삼국지'의 핵심인물 제갈공명을 명나라 재상 유백온을 소재로 형상화했듯 '서유기'도 실제의 실존 인물을 모델로 했다. 현장법사는 물론이고, '양명학'의 창시자 왕양명이 손오공의 모델이라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서유기'는 오래 전부터 한반도에 전래되어 읽혔는데, 이에 대한 가장 빠른 공식 기록은 조선 중기 허균(1569~1618)의 문집 '성소부부고'다. '서유기'는 초국적 텍스트로 동아시아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변주돼왔다. '서유기'를 소재로 한 각종 영화들과 일본의 대작만화 '드래곤 볼', 그리고 한국의 TV애니메이션 '날아라 슈퍼보드'와 학습만화 '마법 천자문' 등 일일이 거론하기 어려울 정도다.
지금 한중은 문화전쟁 중이다. 중국이 한복·윷놀이·돌솥비빔밥 등을 자국문화로 등재하면서 논란이 더욱 증폭되고 있다. 비빔밥이 우리 문헌에 등장하는 것은 19세기 요리서 '시의전서'이지만, 중국에서는 '자학집요'와 명나라 시대 문헌인 '골동십삼설'에 비빔밥과 돌솥비빔밥에 대한 기록이 있기 때문이다.
문화는 소통과 공유의 대상이지만, 국가 단위나 콘텐츠 영역에서는 한 치의 양보가 없는 쟁탈과 경쟁의 대상이다. 우리 문화를 지키는데 보다 높은 관심을 기울이는 한편, 우수한 옛날 고전들을 콘텐츠로 신속하게 선점하는 일이 매우 중요해졌다.
/조성면 객원논설위원·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