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업展 '쇼케이스: 정원술'


임선구作, 흑연·종이 뭉치고 뒤엉켜 단단한 받침대 돼주고
최가영作, 열대식물 이파리·열매 그린 캔버스 조각 올라타


임선구·최가영 '쇼케이스: 정원술' 전시장
임선구·최가영 '쇼케이스: 정원술' 전시장 모습.

쇼윈도 같은 형태의 갤러리인 인천아트플랫폼 스페이스3의 한 벽면에 두 작가가 가꾼 정원과 그 정원을 만드는 기술이 전시됐다. 흑연을 칠한 종이가 오려지고 구겨져 바위나 절벽 같은 형상으로 뒤엉켜 있고, 열대 식물의 이파리나 열매처럼 보이는 캔버스 조각이 그 종이의 숲에 위태롭게 올려졌거나 뚫고 나와 있다.

이 벽면을 따라 돌면 또 다른 쇼윈도가 나온다. 흑연과 종이로 만들었다는 단단한 선반과 테이블 위에 정사각형의 열대 과일 이미지와 앞서 본 열대 식물 이파리 같은 캔버스 조각이 놓였다.

지난해 인천아트플랫폼 레지던시 프로그램 14기 입주작가로 활동한 임선구, 최가영이 그해 10월17일부터 11월19일까지 개최한 공동 프로젝트 '쇼케이스: 정원술'이다.

쓰는 재료와 표현 방식이 서로 다른 두 작가가 협업을 구상한 건 인천아트플랫폼 입주작가를 대상으로 한 세미나 '플랫폼 살롱'이었다. 작가들이 각자를 소개하고 작품 세계를 공유하는 '플랫폼 살롱' 프로그램에서 임 작가와 최 작가는 다르면서도 비슷한 서로의 작품 세계를 하나의 결과물로 만들어 보기로 했다. "하나의 언덕을 올라가는데, 서로 다른 방향에서 그 언덕의 정상을 향해서 올라간다"는 게 두 작가의 생각이었다고 한다.

임선구 作 기대는 벽
임선구 作 기대는 벽(2024년) 일부. /임선구 제공

흑연을 기반으로 납작하고 연약한 종이를 단단한 덩어리로 만드는 작업을 하던 임선구 작가는 '쇼케이스 정원술'에서 최가영 작가의 작업을 쇼윈도에 진열할 선반이나 바위를 만들었다. 최가영 작가는 자연 상태의 열대 식물처럼 보이나 실은 훨씬 다양한 이야기를 품은 작업들을 임선구 작가의 작업들에 올리거나 올라탔다.

인천아트플랫폼은 전시 서문에서 "서로의 작업이 엇갈리거나 마주치며 만들어 낸 장면은 각자의 시간을 교차하며 쌓는 화음이자 함께 읽는 노랫말이 된다"고 했다.

비교적 가까운 시기 인천아트플랫폼 레지던시 프로그램을 경험한 두 작가는 이렇게 말했다.

"인천아트플랫폼이라는 '포털'(관문)이 열려 있는 동안 인천과 인천 바깥에 있던 국내외 작가들이 일정 기간 인천으로 빨려 들어와 거기서만 열 수 있는 가능성들을 많이 열어 봤습니다." (최가영)

"'무엇이 예술을 예술적으로, 무엇이 무엇을 예술적으로 만드는가'라는 질문에 대해 최가영 작가와 제가 정원술을 만드는 과정처럼 다른 동굴을 팔 수 있는 것. 각자가 다른 굴을 파기 시작해서 그것이 연결됐다는 점이 의미가 있었습니다."(임선구)

두 작가는 전시를 진행한 지 꼭 1년이 된 '쇼케이스: 정원술'의 연장선에 있는 작업을 각자 펼쳐 보이고 있다.

최가영 作 이방인
최가영 作 이방인(2023년). /최가영 제공

최가영 작가는 인천아트플랫폼에서 주로 작업했던 열대 식물과 과일의 입장에서 바라본 현대의 사람들이나 도시 문화를 주제로 한 회화 전시 '후르츠'(갤러리조선)와 설치 전시 '후르츠 푸딩'(오시선)을 지난 연말 잇따라 개최했다. 실제 자연 상태의 과일이 아닌 인위적 가공을 거쳐 '후르츠'란 이름이 붙어버린 자연물에 관한 이야기다. 현재는 가공 식품을 담던 통조림이란 소재에 더 집중하고 있다고 한다.

임선구 작가는 기존 사용하던 흑연과 종이에 모래나 스티로폼 같은 조금 더 견고한 재료를 섞어 건축적 설치를 시도한 개인전 '축성법'(금호미술관)을 지난 5~6월 개최했다. 오래된 근대식 주택들에서 영감을 얻어 그 속에서 뒤엉켜 산 여러 세대에 관한 이야기를 했다. 종이를 더 견고하게 만들어 쌓은 가로 13m의 대형 성벽이나, 이번 전시에선 형식적 면보다 그동안 작가가 쌓아온 서사에 집중했다고 한다.

/박경호기자 pkhh@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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