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송도 '특별자치구' 설치법 대표 발의
인천 안의 송도냐, 인천 밖의 송도냐 남아
모두가 특별해지면 모두가 특별해지지 않아
전라북도의 수부(首府)라지만 늘 조용하고 얌전하던 전주가 떠들썩해진 건 올해 1월18일을 전후해서였다. 전라북도가 전북특별자치도로 명칭이 바뀌는 날이었다. 그 전부터 도로엔 특별자치도 출범을 '경축'하는 수직현수막들이 내걸렸다. 출범일 전날엔 전야제가, 당일엔 출범식 행사가 성대하게 열렸다. 가전제품 양판점까지 '특자도' 출범 기념세일에 나설 정도였다. 전라북도의 128년 생애가 마감되는 날이기도 했지만 시내는 축배를 부딪치는 소리만 요란했다. 그래서 함께 일하는 젊은 선생들에게 물어봤다. "뭐가 달라지는지 알아요?" 돌아온 답이 간단했다.
사는 곳의 명칭이 바뀌어도 그 안에서 살아가는 내용은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그런데도 사람들이 사는 곳엔 계속해서 '특별'과 '특례'라는 이름이 덧붙여지고 있다. 17개 광역지방자치단체 중 '특별' 자가 들어가는 데가 이미 5개나 된다. 광역지자체는 아니지만 인구 100만 명 이상의 대도시에겐 특례시라는 명칭이 붙는다. 분도를 추진 중인 경기북부는 벌써부터 경기북부특별자치도다. 통합을 놓고 힘겨루기하고 있는 대구광역시와 경상북도의 핵심 쟁점은 대구경북특별시냐, 경북특별자치도냐다. 특례시 명칭을 달기 위해 줄 서 있는 기초지자체들이 화성과 원주시를 포함해 수두룩하다.
그런데 이번엔 특별자치구까지 등장했다. 인천 송도국제도시를 지역구로 둔 더불어민주당 정일영 의원이 지난 6월 송도특별자치구 설치법을 대표 발의했다. 송도의 개발이익과 송도 주민이 낸 세금이 오롯이 송도의 현안사업에 집중투입되면 송도의 가치를 크게 높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동안 이런저런 주장과 논리들이 맞서왔지만 눌러 짜내면 결국 인천 안의 송도냐, 인천 밖의 송도냐만 남는다. 지금 속해있는 연수구로부터의 분구 정도가 아니라 아예 '인천이고 싶지 않은' 정서가 기저에서 작용하는 것 같다. '너희가 뭐 그리 특별하다고'라는 반감의 확산은 피치 못할 반작용이지 싶다.
앞서 서울에서 특별자치구 논란이 있었다. 지난 2015년 10월 신연희 당시 강남구청장은 박원순 서울시장에게 보내는 공개질의서를 통해 '강남특별자치구' 분리 의향을 물었다. 삼성동의 한전 부지를 현대차에 팔면서 생긴 1조7천억원의 공공기여금을 어떻게 쓸 것이냐를 놓고 벌어진 신경전이었다. 서울시가 시민 전체에게 돌아가도록 써야한다는 입장을 밝히자 강남구 곳곳에 '서울시는 골고루 나누어 사용해야 한다는 시대착오적인 발상으로 강남구를 죽이지 말라'는 문구의 현수막들이 내걸렸다. 부자 동네의 이기적이고 혐오스러운 발상이라는 시민들의 비난이 빗발쳤다. 부담을 느낀 강남구가 '특별자치구' 표현에 대한 해명자료를 내며 꼬리를 내렸다.
특별자치도든, 특례시든, 심지어 특별자치구든 더 높은 수준의 자치권 보장과 특례 지원을 통해 지역의 경쟁력을 높이자는 취지와 의도를 모르는 바 아니다. 내가 사는 곳에 대한 순수한 애정의 발로일 수도 있다. 높이 살 만하다.
하지만 많은 경우 정치적 거래의 가능성을 배제하지 못한다. 특별한 존재가 되고 싶고, 특례의 대우를 받고 싶은 건 보편적 욕망이다. 인격과 법인격과 국격을 가리지 않는다. 정치는 저토록 본능에 가까운 욕망을 세공하는 기술이다. '특별'이나 '특례'를 잘 새겨넣으면 훌륭한 세공사가 되고, 앞으로도 그 자리를 지킬 확률이 높아진다. 그렇지 못하면 시장에서 퇴출된다. 그래서 혈안이 되는 것이다. 특별과 특례의 인플레이션이 발생하는 이유다. 모두가 특별해지면 모두가 특별해지지 않는다는 사실쯤은 지금 중요하지 않다.
/이충환 서울대 객원교수·객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