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체육 참여율 2023년 절반돌파
전문체육, 역사상 최고 수준 올라
스포츠 방송 프로그램·셀럽 증가
경기장서 노력·능력 '공정' 평가
신체활동 가치·만족도도 높아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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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서 아주대학교 스포츠레저학과 교수
지난 7월7일 대한축구협회가 홍명보를 국가대표팀 감독으로 선임했다고 발표하고, 8월5일 파리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안세영이 대한배드민턴협회 문제를 언급한 후부터 지금까지 스포츠조직 문제가 사회문제로 급부상하였다. 결국 문화체육관광부와 국회가 스포츠조직(대한배드민턴협회, 대한축구협회, 대한체육회)을 강도 높게 조사하는 중이다. 스포츠조직문제가 잠깐 주목을 받은 적은 있지만, 이번에 이 문제가 장기간 언론에서 언급되고 정치계와 정부까지 나서서 문제 해결에 적극 참여하는 것을 보면서 '양질전환(量質 轉換)' 법칙이 떠올랐다. 양질전환 법칙은 19세기 독일 철학자 헤겔이 세상 변화가 일어나는 3대 기본 원칙 중 하나로 설명한 것인데, 양적 변화가 축적되면 질적 변화가 일어나는 현상을 가리킨다. 마치 열이 가열되어서 열에너지가 양적으로 축적되어 100도에 이르면, 물이라는 액체가 기체로 변해 질적 변화가 일어나는 것과 같다.

최근에 나타난 스포츠계 양적 변화를 짚어보자. 먼저, 생활체육(아마추어 스포츠)을 보면 생활체육 참여율이 2023년 기준 52%에 이르러 처음으로 절반을 넘어섰다. 문화체육관광부가 매년 발표하는 '국민생활체육조사'에 따르면 1회에 30분 이상, 1주일에 2회 이상 운동하는 사람의 비율을 '생활체육 참여율'이라고 한다. 2008년의 34.2%와 비교하면 15년간 152%(1.5배) 증가한 것이다. 특히 지난 15년간 여성의 생활체육 참여율이 크게 증가하였다. 2008년 여성의 생활체육참여율은 32.8%에서 2023년에 55.6%로 증가하여 지난 15년간 약 170% 증가하였다. 이에 비해 남성은 35.5%에서 52%로 같은 기간 146% 증가하였다. 둘째, 전문체육(엘리트 스포츠와 프로 스포츠)을 살펴보자. 2024 파리 하계올림픽에서 획득한 금메달 13개는 대한민국의 하계올림픽 참가 역사상 가장 많았던 2008 베이징대회, 2012 런던대회의 금메달 수와 같고, 전체 메달 수 32개는 역대 최다 메달 수(33개)를 획득한 1988 서울대회와 비슷해서 엘리트 스포츠 수준이 한국 역사상 최고 수준에 이르렀다고 볼 수 있다. 엘리트 스포츠뿐만 아니라 프로 스포츠 4대 종목(야구·축구·농구·배구)의 관중 수도 코로나사태 이전 수준으로 회복하고 있고, 특히 지난 9월15일에 프로야구가 출범한 이후 43년 만에 처음으로 프로야구 관중 수가 1천만명을 넘었다.

마지막으로 중요한 양적 변화는 스포츠와 관련된 방송프로그램 수 증가와 스포츠 셀럽의 인기도 증가이다. 예전에 대중매체는 스포츠 경기만 다루었는데 지금은 경기 중계와 함께 스포츠 스타들이 출현하는 스포츠예능 프로그램들이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2019년에 JTBC의 '뭉쳐야 산다'가 시작되어 시즌3이 현재 방송되고, 2021년에 SBS의 '골때리는 그녀들'도 시작하여 현재 시즌 6을 맞이하였다. 이뿐만 아니라 다양한 스포츠예능 프로그램들이 우후죽순으로 생겨나서 방송 중이다. 쿠팡플레이나 티빙같은 OTT 서비스업체도 스포츠 중계시장에 뛰어들면서 스포츠는 명실공히 대중문화산업의 핵심 콘텐츠로 부상하고 있다.

이러한 양적 성장의 배경에는 두 가지 중요한 사회문화적 요인이 있다고 본다. 먼저, 금수저와 흙수저 논란 속에 사회계층 간 이동이 어려워지면서, 사람들은 운동선수가 경기장에서만큼은 자기 노력과 능력으로 오롯이 평가받는 스포츠의 '공정' 시스템에 열광하게 되었다. 그래서 스포츠가 공정하지 못할 때 분노가 훨씬 커졌다. 또한 여가생활에서 스마트폰을 비롯한 디지털 기기 의존도가 높아지면서 자기 몸을 움직이는 신체활동 가치와 만족도가 높아져서 '오운완(오늘도 운동 완료)'이라는 유행어가 생길 정도로 생활체육 참가자들이 늘고 있다. 물론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의 주장대로 스포츠조직의 헌신이 있었기에 스포츠 양적 성장이 있었다. 그러나 스포츠조직 노력만으로 이런 성장이 이루어졌다고 절대 자만에 빠질 수 없다. 스포츠계 양적 성장을 주도한 사회문화적 요인, 특히 대중의 발전된 '공정 인지 감수성'에 발맞추어 스포츠조직을 혁신하여 이제는 스포츠계 질적 성장을 도모할 때이다.

/이현서 아주대학교 스포츠레저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