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상담기관 '광명 아우름센터'
전문상담사 6명 24시간 상주 근무
출산 임박해 도움 요청 사례 많아
여성·아이 안전위해서 필요 지적
지난 3월, 여성행복누리아우름센터(이하 아우름센터) 직원들은 경기도 내에 소재한 한 찜질방으로 달려갔다. 만삭 상태로 전화를 걸어 도움을 요청해 온 A(19)양 때문이었다. 부모에게 임신 사실을 알린 뒤 집에서 나오게 됐다는 A양은 학교를 관둔 남자친구와 함께 찜질방과 친구집을 전전하고 있었다. 출산을 채 한 달도 남기지 않은 시점이었지만, 이 사실이 알려질까봐 선뜻 병원을 찾지 못하고 아우름센터에 도움을 청한 것이다.
이처럼 우리 주변에는 A양과 같이 출산을 앞두고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는 위기임산부들이 있다. 위기임산부는 A양처럼 경제적·사회적 여러 이유 등으로 출산과 양육에 어려움을 겪는 임산부를 뜻한다.
지난해 세상을 떠들썩하게 한 '수원 냉장고 영아 시신' 사건 이후 보건복지부는 출생신고가 이뤄지지 않은 영아유기 사건을 막고 위기임산부들의 안전한 출산을 지원하기 위해 여러 대책을 내놨다.
복지부는 지난 7월 위기임산부를 지원하기 위해 전국에 지역상담기관 16곳을 설립하고 안심 상담 핫라인(1308)을 구축했고 의료기관과 지자체에 출생 등록 의무를 지우는 출생통보제를 시행했다. 그러나 출생통보제에 따라 출산 사실을 숨기고 싶어하는 위기임산부들의 병원 밖 출산이 증가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되면서 익명으로 아이를 낳을 수 있는 보호출산제도 함께 시행했다.

현재 경기도 광명시에 있는 아우름센터는 위기임산부를 위한 지역상담기관으로 위기임산부들의 상담지원을 도맡고 있다. 총 6명의 전문상담사들이 24시간 상주하며 임산부들과 함께 병원을 찾거나 양육이 어려운 경우 입양 등의 절차를 돕기도 한다. 이곳에선 상담센터로 문을 연 지난해 10월부터 이달 10일까지 총 495건의 상담 지원이 이뤄졌다. 그만큼 도내에도 도움을 필요로 하는 위기임산부들이 많다.
지난 16일 찾은 아우름센터 건물 3층에는 유아용 간이침대와 장난감 자동차, 모빌, 기저귀 등 곳곳에 양육용품이 놓여있었다. 상담직원들이 상주하는 2층과 달리 3층은 주거지원이 필요한 미혼 상태의 엄마와 아이가 함께 지내는 생활공간이다.
현재 A양을 포함해 5가정이 이곳에서 자립 준비를 이어가고 있다. 여건이 어려워 아이를 입양 보내려 결심했던 엄마들도 시설에서 다른 엄마들과 함께 아이를 돌보다보면 양육을 결심하는 경우가 많다고 이소옥 광명시 아우름센터 상담팀장은 전했다.
위기임산부들을 가까이에서 만나는 이 팀장은 한국사회에서 임신·출산·양육 교육이 부족하다는 걸 느낀다고 했다. 상담전화를 받다 보면 여성들이 임신 바우처카드 등 기본적인 정보도 모르는 경우가 다반사라는 것이다.
그는 "미성년자뿐 아니라 20~30대 여성들도 임신한 누구나 정부에서 바우처카드를 지급받을 수 있다는 사실조차 대부분 모르고 있다"며 "초기에 임신 사실을 알고도 어떻게 해야할지 몰라 출산이 가까워져서야 도움을 요청하는 사례가 많다"고 했다. 이어 그는 "여성과 아이의 안전을 위해서라도 임신과 출산, 양육에 관한 기본교육이 강화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목은수기자 wood@kyeongi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