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영업자 울상… 기본찬 제공 사라지는 추세
1포기 소매가 1만393원 작년 7115원 대비 46.1% 급등
"손님상에 김치 올리는 게 부담될 정도입니다."
25일 수원시 내 한 식당에서 만난 한식집 사장 A(44)씨는 최근 천정부지로 치솟는 배춧값에 대해 이같이 토로했다. A씨는 "김치를 직접 담그는데, 배춧값이 계속 오르다 보니 김치를 달라는 손님만 드리고 있다"며 "예전처럼 모든 손님에게 김치를 드리면 손해가 날 수밖에 없는 실정"이라고 하소연했다.
음식점에서 기본으로 제공되던 김치가 서서히 식탁에서 사라지는 모양새다. 폭염에 따른 작황 부진으로 배추를 포함한 채소가격이 급등한 영향이다. 배추 등 오른 원재료 값을 음식값에 즉각 반영할 수 없는 만큼 손님에게 김치를 제공할 때마다 자영업자들은 이중삼중으로 부담이 커지고 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농산물유통정보에 따르면 이날 기준 수원에서 판매되는 배추 1포기 평균 소매가는 1만393원으로 집계됐다. 지난 20일 배추 1포기 가격이 처음으로 1만원을 넘긴 뒤 꾸준히 상승 중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7천115원) 대비 46.1%, 한달 전(7천890원)과 비교하면 31.7% 오른 수준이다.
유통업계에서 판매하는 배추 소매가를 보면 평균 가격을 웃돈다. 실제 지난 22일 수원지역의 한 대형마트에서는 배추 4포기를 4만3천800원에 판매했다. 개당 1만950원 꼴이다. 전통시장 평균 소매가도 1포기 1만2천300원에 달한다. 일부 유통채널에선 배추 1포기를 2만2천원에 판매하기도 했다.
배춧값이 급등하면서 절임배추를 쓰는 식당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김치를 담그는 과정을 일부 생략할 수 있는 데다가 가격도 비교적 저렴해서다. 그러나 주재료인 배춧값이 오르면서 절임배추 또한 가격 상승을 피하지 못했다.
화성시 내에서 부대찌개 전문점을 운영하는 40대 B씨는 "불과 몇 달 전만 해도 절임배추 1포기당 가격이 1만원 안팎이었는데 당장 다음 달부터 1만5천원으로 오른다는 통보를 받았다"면서 "재룟값이 계속 오르면 음식가격 상승은 불가피하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 같은 상황 속 정부가 배춧값을 잡기 위해 중국산 배추를 수입하는 한편 할인지원 등에 나선다고 밝혔지만, 공급부족을 해결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이와 관련 용인시의 한 음식점 사장 C씨는 "국내산 김치를 내놓던 집에서 갑자기 중국산을 쓰면 손님이 바로 안다"며 "맛도 식감도 다른데 싸다고 해서 중국산을 쓰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윤혜경기자 hyegyung@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