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진료 사용 '특례 신설' 추진
"폭우·폭설 대비해야" 시군 부담
화성, 아리셀 참사에 35% 이미 써
민간병원 지원시 형평성 논란도
행안부 "가능성 연 것, 강제 아냐"

 

아주대병원 응급실
8일 오전 수원시 영통구 아주대학교병원 응급실에서 의료진들이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2024.9.8 /최은성기자 ces7198@kyeongin.com

정부가 장기화된 의정갈등으로 발생한 의료공백을 해결하기 위해 각 지자체의 재난관리기금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한 것을 두고 경기도 내 지방자치단체들이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24일 국무회의에서 지자체의 재난관리기금을 비상진료에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특례를 신설하겠다고 밝혔다. 재난관리기금은 각 지자체가 자연·사회재난으로 피해를 입은 시설에 대한 응급 복구나 긴급 조치를 위해 자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기금으로, 최근 3년 간 지방세법에 따른 보통세 수입결산액 평균의 1% 이상을 매년 적립해야 한다.

이에 대해 지자체들은 중앙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으로 촉발된 상황을 지자체의 예산으로 메꾸겠다는 정부의 입장에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

A지자체 관계자는 "재난관리기금을 정치적 목적으로 필요할 때마다 끌어 쓰게 되면 지자체 예산은 남아나질 않는다"며 "다가올 겨울에 발생할 폭설 피해 역시 이 기금에서 나갈 텐데 재난상황이라 보기 모호한 현 상황에 예산을 쓰는 건 부담스럽다"고 했다. B지자체 역시 "곳간 사정이 어려운 지자체에 손을 벌리겠다는 정부 방침이 좋게 보이진 않는다"고 꼬집었다.

특히 올 여름 전례 없는 폭염과 폭우로 재난을 겪은 시·군은 물론 사회재난까지 겹친 지자체는 더 부담을 느끼고 있다. 지난 1월 유해화학물질 오염수 유출 사태에 이어 지난 6월 리튬공장 화재까지 겪은 화성시는 이미 확보한 재난관리기금의 35%인 75억여 원을 지출한 상태다.

일선 지자체는 과거 코로나19로 인한 팬데믹 상황과 달리 현 상황에선 공공의료기관이 할 수 있는 역할이 크지 않다는 이유로 이번 재난관리기금 특례가 실효성이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C지자체 관계자는 "지금은 보건소나 공공병원에서 사실상 할 수 있는 일이 거의 없는 상황"이라며 "지난달 관내 한 보건소에서 인건비 명목으로 재난관리기금 사용 요청을 건의했지만, 심사 과정에서 적절하지 않다고 반려한 사례가 있다"고 했다. 민간 병원에 지원하는 방안 역시 형평성 논란 탓에 지자체가 기금을 지원하는 데 소극적일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뒤따른다.

이에 행정안전부 관계자는 "이번에 신설될 특례는 재난관리기금 사용 가능성을 열어둔 것이지 강제 사항은 아니다"라며 "별도의 가이드라인이 없어도 지자체가 판단해 공공성을 띠는 민간의료기관에 지급하면 된다"고 말했다.

/김지원기자 zone@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