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과 서해를 뱃길로 연결하려는 노력은 오래전부터 있었다. 각 지방에서 거둔 조세를 운송하던 조운(漕運) 항로인 염하는 폭이 좁은 데다 만조 때만 운항이 가능했고, 손돌목은 '배들의 무덤'이라 불릴 만큼 험했다. 안전한 조운항로가 필요했을 법하다. 고려 고종 때 인천 가좌동 부근 해안~원통현~굴포천~한강을 연결하는 우리 역사상 최초의 운하를 시도했다. 하지만 원통현 암석층을 뚫지 못해 좌절됐다. 이후 1966년 서울 가양동~인천 원창동 율도 구간, 1995년 경인운하사업도 경제성 논란으로 멈췄다.
숱한 곡절 끝에 경인아라뱃길(이하 아라뱃길)은 2012년 5월 개통됐다. 행주대교 인근 아라 한강갑문에서 시작해 김포·인천 계양구를 거쳐 인천 서구를 통해 바다에 닿는다. 상전벽해를 이룬 국내 최초의 내륙 운하, 요트가 떠있고 문화축제가 풍성한 온 가족의 힐링공간이라고 떠들썩하게 홍보했다.
아라뱃길의 수난은 개통 당시부터 계속됐다. 2조원 넘게 쏟아부었는데 항만물류 실적은 겨우 8%에 그쳤고, 관광객도 없고 쓰레기 수송로로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기도 했다. 개통 1년 만에 운하에 설치된 교량들은 '자살다리'라는 오명이 붙었다. 2016년 6월 목상교 인근에서 머리 없는 시신이 떠올랐는데, 국과수는 스스로 투신한 것으로 판단했다. 2020년 발견된 30~40대 여성으로 추정되는 시신은 신원을 확인하지 못한 채 미궁에 빠졌다. 최근에는 지난 21일 수로에서 10대가 숨진 채 발견됐다. 앞서 17일에는 굴포천 1교 물가에서 50대가 숨진 채 발견됐고, 훼손 시신 일부는 나흘 뒤 다남교 인근에서 추가로 떠올랐다.
아라뱃길은 인적이 드물어 자살이나 범죄에 취약하다. 다리 15곳 중 자살을 막을 수 있는 안전난간이 설치된 곳은 3곳에 불과하다. 사건을 감시하는 CCTV는 겨우 27대, 1.5㎞에 한 대꼴이다. 발견된 시신은 2021~2023년 3년간 15구, 올해만 벌써 10구에 이른다. 심각한 상황에 비해 너무나 안이하고 허술한 대책이다.
아라뱃길의 '아라'는 민요 '아리랑'의 후렴구 '아라리오'에서 따온 말이다. 서정적인 이름과는 상반된 섬뜩한 사건이 빈번해지면서 '공포의 아라뱃길'이 됐다. '천년의 약속이 흐르는 뱃길'이라는 거창한 수식이 가능하려면 국민의 죽음을 막는 일부터 고민해야 한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109)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강희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