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모펀드의 국가기반산업에 대한
적대적 M&A·해외매각 문제 제기
국내 자동차·제철산업 큰 영향 줘
정부, 국가핵심기술로 지정 급선무
국회와 사태재발 방지 입법 조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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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배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
고려아연에 대한 공개 매수가 국제적인 관심사로 부각하고 있다. 고려아연 공개 매수가 글로벌 핵심광물 공급망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미국 에너지 안보 싱크탱크인 SAFE로부터 제기됐다. 고려아연 인수 시도가 중국이 아연에 그치지 않고 여러 핵심 광물의 글로벌 공급망까지 장악하려는 움직임이라는 것이다. MBK 파트너스는 공개매수를 하면서 '현 시점에서 대상회사의 향후 합병, 분할, 영업양도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은 없다'고 했다. MBK측은 중국 자본이 5% 정도이며, 중국 매각계획을 부인했다.

그러나 SAFE는 중국의 지원을 받는 MBK가 중국 등 해외에 매각할 수 있으며, 미국과 동맹국들에게 우려되는 적대적 매수라는 분석이다. 고려아연은 비철금속 제조업 분야 세계 시장 점유율 1위의 경쟁력을 갖고 있다. 고려아연은 연간 24만t, 영풍은 18만t의 아연을 생산한다. 2023년 기준 매출액은 9조7천억원, 영업이익은 6천600억원이다. 2차 전지 핵심 소재와 신재생에너지 등 신사업을 하고 있다. MBK 측의 공개 매수가 성공하면 자동차와 제철 등에 필요한 연간 42만t의 국내 아연 필요량이 사모펀드에 좌우된다.

미국의 CFIUS는 외국 투자에 대해 기업과 외국의 지배 여부를 판단한다. MBK는 외형적으로는 국내 사모펀드이다. 그러나 MBK 측에 속한 기업집단 180여 개에 대한 실체가 문제다. 국내 자본을 내세우고 있지만 실질적 자금 주체는 누구인지. 만약 SAFE의 분석처럼 중국과 관련이 있다면 글로벌 공급망과 경제안보 차원에서 판단해야 할 사항이다. 일본은 외국 투자에 대해 투자자의 속성을 고려하여 실질 심사를 하도록 하고 있다. 일본의 경제안보추진법은 금속 광산물을 특정 중요물자로 지정하여 투자규제 및 기술 보호 대상으로 하고 있다.

사모펀드의 특성은 기본적으로 이익 실현에 있다. 국가의 기간산업이 외국 투자자나 사모펀드에 좌우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 우리나라는 일본과 중국 등으로부터 원자재와 부품 등 공급망 사태를 경험하였다. 자본시장법에 의한 공개매수의 문제를 넘어 국가안보와 경제안보의 문제로 인식하여 대통령실의 국가안보실이 나서야 할 사안이다. 정부와 국회가 고려아연 사태를 기업의 경영권 분쟁이 아니라 한국경제와 산업기반 차원에서 문제를 판단해야 한다. 울산지역에서는 적대적 M&A로부터 고려아연을 지켜내자는 운동이 일어나고 있다. 울산시장·각종 단체·협력사·지역정치권이 1주 갖기 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그동안 고려아연은 산업기술보호법상의 국가핵심기술에 대한 판정 신청을 하지 않았다. 공개매수가 진행되자 전격적으로 이차전지 양극재 핵심원료인 전구체 제조기술을 국가핵심기술로 지정해달라고 신청했다고 한다. 국가핵심기술로 지정되면 해외매각·인수·합병 등 외국의 적대적 M&A로부터 법적 보호를 받을 수 있다. 고려아연 사태는 핵심기술을 갖고 있는 기업들이 사모펀드나 외국 자본의 적대적 M&A에서 보호를 받기 위해서라도 산업기술보호법상 국가핵심기술로 지정되어야 한다는 것을 알려주고 있다.

고려아연 사태는 사모펀드의 국가기반산업에 대한 적대적 M&A와 해외매각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일차적으로 정부는 고려아연이 보유한 기술을 국가핵심기술로 지정해야 한다. 그리고 정부와 국회는 이후 제2의 고려아연 사태를 방지하기 위해 입법적 조치를 해야 한다. 핵심 재료의 안정적 조달에 문제가 생기면 국내 자동차와 제철 산업에도 큰 영향을 준다. 투기적 자본에 의해 핵심기술이 유출되면 기업과 임직원 그리고 지역경제에 직접적으로 악영향을 준다.

투기자본과 외국 투자로부터 국내 주요 산업과 기업을 보호하기 위해 '외국의 투자와 국가안보에 관한 법률'을 제정해야 한다. 외국 투자든 사모펀드든 국가핵심기술, 첨단전략산업기술, 방위산업기술, 국가기간산업 등에 관련된 경우 법률에 따라 정부의 승인을 받도록 해야 한다. 핵심기술과 기업이 없으면 일자리도 가족도 지역도 붕괴한다. 모든 투자가 좋은 것이 아니라는 것을 고려아연 사태가 말해주고 있다.

/김민배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