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PF 채권 연체율도 11.8%
증권·캐피털사에 경쟁 밀려 '외면'
내년 만기 몰려 추가 손실 불가피


인천지역 저축은행
부실채권 비율이 올 상반기 들어 10% 넘어간 인천지역 저축은행. /연합뉴스

인천지역 저축은행의 부실채권 비율이 올해 상반기 들어 10%를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제2금융권 부실화를 막기 위해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채권에 대한 경·공매가 진행되고 있으나, 사업성이 좋은 채권 중심으로 매각이 이뤄지며 부실채권이 외면받고 있기 때문이다.

29일 저축은행중앙회 소비자포털에 공시된 인천 저축은행 4개사(금화·모아·인성·인천)의 경영공시를 보면, 이들 저축은행의 고정이하여신채권(부실채권) 비율은 평균 14.6%로 지난해 하반기(8.12%)보다 1.8배 올랐다. 대출채권은 건전성에 따라 5개(정상·요주의·고정·회수의문·추정손실)로 나뉘는데, 이 가운데 고정·회수의문·추정손실 채권은 부실채권으로 분류한다.

만기가 지났음에도 저축은행들이 원금과 이자를 돌려받지 못한 부동산 PF 채권의 연체율도 11.8%로 지난해 4분기(5.71%), 올해 1분기(9.07%)에 이어 계속 상승 추세다.

금융당국은 지난 4월 저축은행을 비롯한 제2금융권의 부실 PF 채권 구조조정 방안을 발표하고 경·공매에 나서도록 요구했다. 그러나 경·공매 시장에서 저축은행의 PF 채권 매각은 더디게 진행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나이스신용평가가 최근 집계한 제2금융권의 부동산 PF 부실채권 비율을 보면 저축은행은 22.4%로 증권사(12.5%), 캐피털사(8.7%)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당국의 PF 구조조정 발표 이후 증권사와 캐피털사의 PF 채권이 시장의 주목을 받으면서 어느 정도 정리가 됐지만, 저축은행은 여전히 적체된 상태다.

경·공매 시장에서 저축은행의 PF 채권이 관심을 받지 못하는 이유는 저축은행 부동산 PF의 근본적 한계 때문이다. 증권사나 캐피털사에 비해 자본 규모가 크지 않아 시공능력 순위와 신용등급이 낮은 시공사의 소규모 사업장을 중심으로 PF 대출을 진행했는데, 부동산 시장이 위축된 이후 경·공매 시장에서 사업 규모가 크고 분양 실적 등 사업성이 좋은 PF 채권에 대한 옥석 가리기가 이어져 외면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인천 한 저축은행 관계자는 "소규모 사업장이나 건설사 대상 PF 채권에 대한 자체 관리 기준을 강화하고 적립금을 쌓아 손실 가능성에 대처하고 있다"며 "손실이 벌어져도 감당할 수 있는 수준으로 보고 있다"고 했다.

문제는 저축은행 PF 채권의 만기가 내년 상반기에 몰려 있어 추가 손실이 불가피하다는 점이다. 대출채권은 만기가 다가올수록 가치가 낮아지는데, 이미 사업성이 낮은 PF 채권은 경·공매 시장에서 제값을 받기가 더 어려워질 전망이다. 따라서 채권을 원금보다 훨씬 낮은 가격에 매각하면서 발생하는 손실에 대비해 충당금 추가 적립이 필요하다는 관측이다.

나이스신용평가 이정현 수석연구원은 "올해 6월 말 기준 저축은행의 충당금 및 준비금 적립 규모는 2조2천억원 수준인데, 부동산 PF 관련 최종 손실 규모는 2조6천억~3조9천억원 사이가 될 것으로 보인다"며 "추가 손실이 발생해도 저축은행이 감당 가능한 수준으로 예상되나 충당금 적립을 늘려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한달수기자 dal@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