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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전문업체의 최근 집계에 따르면 올해 8월 한달 한국인이 가장 오래 사용한 앱인 유튜브 총 시청 시간이 1천174억분(19억5천666만시간)이란다. 전 국민(5천100만 명)이 각자 하루 중 73분을 유튜브 시청에 썼다는 얘기다. 인스타그램, 카카오톡, 네이버, 넷플릭스, 쿠팡 이용 시간도 만만치 않다. TV처럼 대중의 감각을 소비하는 전통 미디어의 영향력도 여전하다.

현대인의 감각기관은 쉴 틈이 없다. 각종 온라인 매체 등장 이후 시각과 청각이 혹사당한다. 시청각뿐 아니다. 경제적 여유층의 후각·미각·촉각은 먹방, 맛집순례, 여행 등 각종 체험영상을 따라하느라 후각·미각·촉각을 곤두세운다. 경제적 여유가 없으면 인플루언서들의 콘텐츠로 오감을 상상하는 감각의 시대다.

지난 28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스님과 불교신자 2만5천명이 명상에 빠졌다. 5분의 명상 시간 동안 광화문은 고요의 바다였단다. 집단 명상은 대한불교조계종이 주최한 '2024 국제선명상대회' 개막식 이벤트였다. 대회 취지를 일별하니, 명상을 통해 일체 만물의 기원이 마음(일체유심조)이라는 화엄경의 진리를 깨달아 평화로운 세계를 실현하자는 제안인 듯하다.

명상(冥想/瞑想)의 사전적 의미는 '고요히 눈을 감고 깊이 생각함'이다. 불교의 참선, 기독교의 묵상은 종교적 구도의 과정이나 수단이니 가장 심오한 수준의 명상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 명상은 현대인의 심리 치유와 정신건강 유지 수단으로 각광받는다. 서구 의학계는 명상의 심리 치유 효과를 과학적으로 분석하고, 많은 서양인들이 한국의 템플 스테이에 참여해 참선과 명상의 매력에 빠진다.

수년 전부터 기원이 불분명한 멍 때리기 대회가 전국에서 열린다. 초연결시대의 반작용일 테다. 미디어기술 발전으로 사람과 사람이 거미줄처럼 연결된 시대를 살려면 오감을 활짝 열어 외부의 자극에 반응해야 하니 스트레스가 치솟는다. 온라인으로 묶이면서 사람 사이의 반목과 혐오가 더 깊어지고 넓어졌다. 마음의 병을 앓는 사람들로 사회는 불안하다.

예전 같으면 멍청해 보였을 '멍 때리기'가 감정을 치유하고 오성(悟性)을 회복할 치유의 수단으로 각광받는다. 불멍, 물멍, 별멍, 바다멍에 이어 2만5천명 집단 명상이다. 온라인 문명을 향한 인간적 회의가 점점 깊어지고 있다.

/윤인수 주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