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부 '대체지 공모' 최종적으로 실패했다
생폐물 직매립·건폐물 금지 등 변죽만 울려
사용연장 의지 분명한데 솔직히 말 안한다
결단 고통 '차기'로 미뤄… 국민 기억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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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인수 논설실장
환경부가 수도권 대체매립지 공모에 최종적으로 실패했다. 수도권 쓰레기를 매립하는 인천 수도권매립지를 대체할 신매립지였다. 인천시의 2025년 수도권매립지 폐쇄 선언에 대한 대응이었다. 3천억원의 인센티브를 걸었지만 지난 1월 1차 공모에 응한 지방자치단체는 전무했다. 지난 9일 마감한 재공모도 마찬가지였다.

천문학적 인센티브에도 신매립지 공모가 실패로 돌아간 이유는 자명하다. 자기 지역에 쓰레기매립지를 들여오는 시장·군수는 주민소환에 걸려 바로 잘릴 각오를 해야 한다. 선출직에 영원히 나설 수 없는 지역의 원흉이 될 수 있다. 3천억원의 주민 이익 보다 자신의 정치생명이 더욱 중요하다. 자치단체들이 환경부의 수도권 대체매립지 공모를 비웃었던 배경이다. 환경부는 "추가공모는 없다"고 밝혔지만 '할 수 없다'가 정답이다.

대체매립지 공모 무산 직전 환경부는 2026년부터 현 수도권매립지에 생활폐기물 직매립을 금지하는 시행규칙을 공포했다. 지금처럼 종량제 봉투에 담긴 쓰레기를 모아 그대로 매립하는 대신, 재활용품을 선별한 뒤 남은 쓰레기를 소각해 재만 묻으라는 얘기다. 수도권매립지에 매립하는 생활폐기물량을 80~90% 감축할 수 있고, 그만큼 사용기간은 연장된다는 얘기다. 공모 실패 직후엔 수도권매립지에 건설폐기물 반입 금지를 검토한다고도 했다. 실행하면 생활폐기물보다 훨씬 큰 매립 감축 효과가 발생하고, 인천 수도권매립지 사용 연한은 더욱 늘어난다. 환경부는 인천 수도권매립지 사용기간을 연장할 폐기물 감축 대책만 만들어 놓고 대체매립지 확보는 손을 놓아버렸다.

수도권 3개 광역자치단체의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2026년부터 소각재만 매립하려면 소각장을 신설하거나 증설해야 한다. 쉬운 일이 아니다. 대체매립지를 희망하는 시·군이 없듯이, 지자체 소각장을 반기는 읍·면·동도 없다. 경기도에는 내구연한이 다 된 소각장들이 즐비하다. 지자체들은 내심 소각용량을 늘려 수리해 쓰려 한다. 하지만 주민들은 내구연한이 다 됐으면 폐쇄하라고 주장한다. 인천시의 수도권매립지 폐쇄 논리와 똑같다. 부천시의 오정동 소각장 광역현대화 계획에 반대하는 주민들은 설득이 불가능해 보인다. 증설이 이 모양인데 신설을 위한 합의가 순조로울리 없다.

경기도는 땅이라도 넓다. 서울시는 소각장을 숨겨 지을 땅조차 없다. 소각시설 신·증설 계획이라도 세운 경기·인천과 달리 이제서야 소각장 입지 선정 위원회를 구성하느라 난리가 났다. 안 한 것이 아니라 못한 것이다. 인천시는 수도권매립지 폐쇄를 선언에 걸맞게 자체매립지와 소각시설 신·증설 계획 수립을 선도했다. 하지만 계획대로 될지는 목표연도에 도달해봐야 안다. 영흥도매립지는 안산시가 입구부터 봉쇄할 태세고, 소각장 계획도 지역에 따라 찬반이 극명하게 엇갈린다.

이 모든 소동의 원인인 수도권매립지 문제는 정작 뒷전에 밀렸다. 환경부 계획대로 경기·인천·서울이 소각시설을 완비하는 기적을 일으켜 생활폐기물을 소각재만 남긴다고 치자. 인천시가 예정대로 2025년 수도권매립지를 폐쇄하면 소각재는 어디에 매립하나. 환경부 의중대로 수도권매립지 반입을 중단하면 건설폐기물은 어디에 묻을 건가. 소각장 신·증설 실패라는 최악의 상황이 오면 종량제 쓰레기는 2026년부터 발생지 처리원칙에 따라 각 가정에 쌓아놓아야 하는 건가. 아무리 생각해봐도 매립지 없는 쓰레기 정책은 거짓말이다.

대체매립지 공모는 없다는 환경부의 선언은 인천 수도권매립지 사용 연장 의지의 피력이다. 잇단 매립량 감축 계획의 목표도 이를 지향한다. 그런데 솔직하게 말하지 않는다. 결단의 고통을 차기 정권, 차기 수도권 광역단체장에게 미루자는 태도다. 미래의 어느 때인가 아파트 단지마다 골목마다 쓰레기가 쌓일 때 수도권 시민들은 오늘의 환경부와 정부를 기억해낼 것이다. 수도권매립지가 쓰레기 취급을 받고 있다. 배설하지 못하는 생명은 죽는다.

/윤인수 논설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