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경쟁상대였던 국민의힘 경기도당을 찾아가 손을 붙잡고 협치를 간곡히 부탁했고 남경필, 이재명 등 당을 초월해 전임 경기도지사를 만나 그들의 경험을 배웠다. 조금 껄끄러울 수 있는 오세훈 서울시장과 유정복 인천시장 당선인도 직접 찾아가 "함께 머리를 맞대보자"며 어깨동무를 했다.
"당연히 그래야지"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지방선거에서 승리한 단체장들의 당선 이후 행보와 비교하면 흔한 일은 아니다. 만나서 해결할 수 있다면 기꺼이 발품을 팔아 만나고, 불편하고 어색할지라도 필요하다면 먼저 손을 내밀고 읍소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특히 승리의 여운을 만끽하며 고개와 어깨가 뻣뻣해지기 쉬운 게 통상적인 당선 후 행보인 것을 생각하면 더더욱 그렇다.
그리고 또 하나, 특별한 행보가 눈에 띄었다. 김동연 당선인은 발달 중증장애인 참사 경기도분향소를 찾아 발달장애인 부모들과 '다시' 만났다. 최근 발달장애인 가족들의 비극이 사회적 문제로 떠오른 것이 방문의 이유기도 하겠지만 그 속에는 그들만이 아는 '애틋함'이 자리한다.
사실 선거운동 기간 내내 발달장애인 부모들은 유세 현장을 찾아왔다. 김동연을 응원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아이들의 현실을 봐달라는 호소였다. 수원에서 있었던 마지막 유세현장에서도 부모들은 가장 앞쪽에 앉아 간절한 호소가 적힌 피켓을 들고 연설 중인 김동연을 조용히 바라보았다. 당선 이후 부모들을 다시 만난 것은 그런 날들 속에 오갔던 '무언의 약속'이었을 것이다.
누군가는 대권을 향한 광폭행보라고 해석할 수도 있겠다. 그게 무엇이든 간에 이것이 '김동연 스타일'이라면 분명 경기도에 새로운 변화를 알리는 기분 좋은 행보인 것만은 틀림없다.
/공지영기자 jyg@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