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64.jpg
경기도청 앞에서 경기장애인 부모연대 주최로 열린 '가족에게 죽임을 당한 두 명의 발달 장애인에 대한 추모제'에서 참석자들이 헌화하고 있다. 2022.3.8 /임열수기자 pplys@kyeongin.com
 

발달장애가 있는 자녀를 살해한 친모들이 잇따라 실형을 선고받았다. 법원은 피고인의 혐의를 인정하면서도 발달장애 자녀를 양육하면서 겪었을 어려움을 참작 요소로 들었다. 가정을 보듬지 못한 사회 시스템에 대한 성찰을 요구하며 법정 권고형보다 낮은 형량을 선고하기도 했다. 


살인뒤 극단적 선택하려한 50대
피해자 건강하게 자라온 점 참작
일상생활 혼자 가능한 상태 지적
법정 권고형량 내 징역 6년 선고


수원지법 안산지원 형사1부(부장판사·김영민)는 지난 24일 살인혐의를 받는 50대 여성의 선고 공판에서 피고인의 헌신적인 노력으로 발달장애 피해자가 건강하게 커온 점을 참작 사유로 들었다. 피고인은 지적장애 3급인 20대 자녀를 살해한 뒤 극단적인 선택을 하려 한 혐의로 기소돼 징역 6년을 선고받았다.

이 사건 판결문을 보면 재판부는 "피고인은 갑상선 암으로 수술을 받은 것을 계기로 건강 악화와 코로나로 인한 경제적 곤란으로 인해 극심한 우울증에 시달리던 중 지적장애 3급 장애인인 피해자를 살해했다"면서도 "피고인은 피해자가 1세일 때 피해자의 친부와 이혼한 후 상당 기간 피해자를 홀로 양육했고 피해자가 건강하고 선량하게 자라난 것에 피고인의 헌신적인 노력이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 점을 고려해 형을 정했다"고 판시했다.

다만 재판부는 "피고인은 자살을 결심한 상태에서 지적장애가 있는 피해자가 보호자 없이 혼자 살아가기 어려울 것이라 생각해 피해자를 살해했다고 진술하는데 피해자 주변인은 피해자는 비록 일일이 지시를 받아야 하나 일상생활을 혼자 할 수 있었고, 2018년부터는 홀로 버스를 타고 안양 소재 장애인 취업시설에 정시 출근해 성실히 근무해 왔다고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피해자는 주변인의 관심과 도움이 필요할지언정 사회 일원으로 적응해 홀로 살아가는 것이 가능한 상태였다고 보인다"며 살인 혐의에 대한 법정 권고형량(징역 5년 이상, 무기징역 및 사형) 내에서 선고했다.

다운증후군 아들 살해한 엄마엔
권고형보다 낮은 4년 선고하기도
공동체 안전망 갖춰졌는지 감안


발달 장애인 가족을 보호하지 못한 사회 시스템을 지적하며 법정 권고형량보다 낮은 형량을 선고한 사례도 있다. 수원지법 형사11부(부장판사·신진우)는 최근 살인 혐의를 받는 친모에게 징역 4년을 선고했다. 피고인은 8살 다운증후군 아들을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는 살인 혐의에 대한 법정 권고 형량보다 낮은 것으로, 재판부의 선처다. 재판부는 "피고인과 같은 장애 아동을 양육하는 부모가 극단적인 결심에 이르기까지 우리 공동체의 안전망이 제대로 갖춰져 작동하고 있었는지 성찰하지 않을 수 없는 점 등을 감안했다. 이번에 한해 이같이 선고한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이시은기자 see@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