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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지법은 지난달 17일 발달장애를 앓는 아들을 살해한 40대 친모에게 징역 4년을 선고했다. 엄마는 아들을 따라 가려 극단적인 선택을 했지만 실패해 살인 피고인으로 법정에 섰다. 법정 권고형(5~8년) 보다 적은 선고 형량엔 이 사건을 바라보는 재판부의 고민이 담겨있다. 친모가 장애 아들을 사회적 조력 없이 홀로 양육한 점을 감경 사유로 들었다. 다만 절대적인 가치인 생명은 부모라도 처분할 권한이 없다며 실형 선고의 불가피성을 강조했다. 검찰은 형량이 가볍다며, 친모측은 무겁다며 항소했다. 최근 발달장애인 가정의 비보가 잇따랐다. 지난 5월에만 서울 성동구에서 40대 여성이 발달장애아인 6살 아들과 동반자살했고, 인천에선 60대 친모가 중증장애인 딸을 숨지게 하고 극단적 선택을 하려다 미수에 그쳐 자수했다. 경남 밀양에선 발달장애 자녀를 남겨두고 부모가 극단적 선택으로 사망했다.

발달장애인 가족의 비극이 거듭되면서 사회적 논란이 뜨겁다. 자녀 살해라는 명백한 범죄와, 범죄에 이른 극단적인 독박 돌봄 환경에 대한 동정과 공감이 교차한다. 국내 발달장애인 25만5천여명 대다수가 가정에서 돌봄을 받고 있다. 부모들은 자녀 돌봄에 전념하느라 경제적으로 고통받고, 심리적으로 피폐해진다. 장애 자녀가 성인이 되면 늙은 부모는 육체적으로 감당할 수 없고, 부모에게 심각한 질병이 발생하면 대책이 없어진다. 대부분의 부모들은 '아이보다 늦게 죽어야 한다'며 헌신적이지만, 정신적·육체적 돌봄 환경이 한계에 직면하면 비극이 발생한다.

지난 1일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이하 전장연)가 'T4' 시위를 벌였다. 히틀러는 장애인을 게르만 민족의 장애물로 여겨 집단 학살하는 'T4작전'을 실행했다. 장애인 권리 보장 예산 집행을 망설이는 정부를 나치의 장애인 학살 정책에 비유한 것이다. 전장연의 비유는 과도하지만 발달장애자 부모들을 독박 돌봄에서 해방시켜 줄 사회적 시스템 마련이 시급한 것은 사실이다. 전장연 같은 장애인단체들은 장애인 '탈시설' 정책을 강조하지만, 발달장애인 부모들은 이를 반대할 정도로 심신이 탈진한 상태이다.

발달장애인 가정의 비극을 방치하는 건 마치 '발달장애가 죄'라고 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수원지법 판결에 대한 친모와 검찰의 항소는 발달장애를 방치한 역대 정부의 직무유기 탓이 크다.

/윤인수 논설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