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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기정 경제산업부 차장
경제산업부에서 일한 지 1년 가까이가 돼간다. 이 부서에서 느낀 것은 부끄럽게도 그동안 크게 생각해보지 않았던 1차 산업의 중요성이다. 경기도 곳곳이 급격히 도시화 되면서 논과 밭이 점차 사라지고 소·돼지 울음소리가 작아지고 있지만, 여전히 농촌은 많은 이들의 삶 그 자체다. 농촌에서의 삶이 유유자적하리라는 것은 도시의 환상이다. 숱한 현안들이 번번이 농민들의 한숨을 깊게 한다.

올해는 유독 더했다. 코로나19 장기화에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 얽히고설킨 국제 정세가 평생 흙 속에 산 경기도의 나이 든 농부들에게 직격탄을 쐈다. 쌀 가격이 떨어지고 사료 가격이 치솟는 게 다수의 도시 주민들에겐 당장은 먼 이야기 같이 느껴져도, 장바구니 물가가 크게 뛴 요즘 농촌의 고충이 곧 도시 주민들의 애환으로도 이어진다는 점을 쉽게 알 수 있다.

그런 가운데 제3회 전국 동시 조합장 선거가 180여 일 앞으로 다가왔다. 농업, 축산업, 어업, 임업 할 것 없이 농민들의 생활은 지역 농·축·수협과 산림조합을 떼어놓고는 생각하기 어렵다. 조합장 선거는 지역 농민들의 삶과 밀접한 해당 조합의 대표를 뽑는 선거다. 단체장이나 국회의원을 뽑는 공직선거와 다르게 유권자가 한정돼, 많은 주민들에겐 내 일이 아닌 것처럼 여겨질 터다. 이 때문에 조합장 선거는 한때 '깜깜이 선거', '그들만의 리그'라는 오명 속 금품 선거 등으로 혼탁 양상을 빚기도 했다. 선거관리위원회가 선거 관리를 위탁받으면서 상황은 나아졌지만 단숨에 개선되진 않았다.

지역 농·축·수협과 산림조합이 건강해야 건강한 농촌과 어촌, 산촌을 만들 수 있다. 농민들의 주름살이 펴져야 도시 주민들의 주름살도 펴질 수 있을 것이다. 유권자인 조합원들은 물론, 지역 주민들 모두가 조합장 선거를 들여다봐야 하는 이유다. '남의 일'이 아닌 '우리의 일'이 되면 땅도, 바다도, 산도 좀 더 건강해질 것이라 믿는다.

/강기정 경제산업부 차장 kangg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