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상급식 경비에 허리 휘는 지자체들


각 지자체, 평균 34.5% 비용 분담
수원·고양·부천 등 7곳 적게 편성

단가·인건비 인상… 재정난 악화
도교육청 산정 분담금 문제 지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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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내 무상급식 비용을 일부 지자체에서 재정난 등을 이유로 분담금을 필요 수준 이하로 예산에 편성하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무상급식 운영에 차질이 우려되고 있다. 사진은 무상급식을 시행 중인 경기도내 한 초등학교 급식실. 2024.5.30 /이지훈기자 jhlee@kyeongin.com
 

2010년 농어촌 지역 초등학교를 시작으로 2019년 경기도 모든 유·초·중·고에 도입된 무상급식. 학부모들에게 이제 급식비는 '당연히 안내는 비용'이라는 인식이 생길 정도로 현장에서 자리잡았다.

그러나 세상에 공짜는 없다. 170만명 학생에게 제공되는 급식을 위해 학부모와 학생의 부담을 대신 짊어진 교육청과 지자체들 사이에선 지금 누가 얼마를 분담할지를 두고 줄다리기가 팽팽하다.

무상급식 예산을 두고 총성 없는 전쟁을 시작한 경기도내 지자체들과 경기도교육청의 갈등을 3회에 걸쳐 들여다보고, 당연하게 여겨지는 '애들 밥값'에 대한 물음을 던져본다. → 편집자 주
무상급식에 필요한 예산 부담을 두고 경기도 각 시·군과 도교육청 사이의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역대급 재정난 속에서 학교급식경비 분담금이 큰 부담이 된다는 지자체와 무상급식의 취지와 역사성을 강조하는 도교육청의 입장 차가 상당하다.

16일 도내 지자체와 도교육청 등에 따르면 무상급식 경비는 지역별 학생수와 재정자립도에 따라 조금씩 다르지만 평균적으로 도교육청이 51.3%, 경기도가 14.2%, 각 지자체가 34.5%씩을 분담한다.

무상급식 예산은 도교육청이 매년 8월마다 내년에 필요한 금액을 계산한 뒤 시·군에 요청하는 절차를 밟는다. 이듬해 각 시·군이 예산을 준비하면 각 학교들이 신청해 지자체 보조금을 받는 식이다.

그런데 올해 본예산에 학교급식경비를 필요액보다 적게 세운 지자체가 적지 않다. 수원과 고양, 부천, 안산, 시흥, 의정부, 하남 등 7곳이 도교육청이 산정한 금액보다 적은 돈을 본예산에 편성했다.

이 중 안산과 하남은 1차 추경을 통해 부족분을 채운 상태지만, 나머지 지자체는 재정 상황을 고려해 하반기에 추가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여기에 화성, 평택, 포천도 인구 변동에 따른 부족분이 생길 수 있어 하반기 추경 예산을 염두에 두고 있다.

만약 이 지자체들 중 학교급식 예산을 모두 확보하지 못하는 곳이 생기면, 그 지역 학교에선 무상급식이 차질을 빚을 수 있다.

지자체들이 학교급식 경비를 모두 확보하지 않은 이유는 복합적이다. 가장 큰 이유는 재정난이지만, 분담 비율 등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의식도 상당히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올해 학교급식 분담금 444억원 중 250억원만 본예산에 편성한 고양시의 경우, 무상급식도 다른 국도비 사업과 같이 기초지자체 분담비율을 전체 필요 예산의 20% 수준에 맞춰야 한다는 방침에 따라 이같이 편성했다고 설명했다.

고양시 전체 유·초·중·고 무상급식에 필요한 예산은 1천204억원인데, 도교육청이 산정해 통보한 지자체 분담금 444억원(약 36%)은 지나치게 많다는 게 고양시의 주장이다.

고양시는 올해 무상급식을 중단할 수는 없기에 추경으로 나머지 부족분을 확보하기로 했지만, 비용 분담에 대한 문제제기는 계속해 나가겠다는 계획이다.

역대급 재정난을 겪는 의정부시는 사정이 더 심각하다. 도교육청이 정한 2024학년도 분담금 149억원 중 본예산에 식품비 105억원만 편성한 의정부시는 추경을 감안하더라도 학교급식 보조금에 120억원 이상 지출하긴 어렵다는 입장이다.

의정부시 관계자는 "재정 위기를 계기로 무상급식 분담금을 검토한 결과, 그동안 학교들에 지급했던 보조금 일부(운영비와 인건비) 항목이 지방보조금법에 위배된다는 결론을 얻었다"며 "올해부턴 식품비 항목만 보조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밖에 올해 예산을 다 확보한 시군조차도 "급식 단가와 인건비가 매년 오르면서 해마다 큰 부담이 되고 있다. 내년에는 시 재정이 더 악화될 것으로 보여 하향 조정이 시급한 상황"이라고 입을 모았다.

도교육청 관계자는 "지자체들의 어려운 사정은 이해하지만, 이미 지난해 확정한 무상급식 예산에 갑자기 구멍이 나면 피해는 학생과 학부모가 볼 수 있다"면서 "각 시·군과 소통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려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 관련기사 (무상급식 분담률 조정… 지자체 따로, 또같이 '하향' 외친다 [애들 밥값은 누가 내야할까·(上)])

 


/김도란·장태복기자 doran@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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