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천 삼정동서 지게차 치여 숨져
우회전하던 운전자 "사람 못 봤다"
인도 확보 안되고 불법주차 가려
주민 "처음 아냐, 한달전도 사고"
지난 27일 오전 10시께 부천시 오정구 삼정동의 한 간이버스정류장 앞. 교차로와 맞닿은 이곳에 불법 주차된 차량으로 인해 버스를 기다리는 시민들은 위태위태하게 서있는 모습이었다. 차가 지나다니는 도로에 나와 있는 시민들도 더러 눈에 띄었다. 이 차가 막고 있는 골목으로 다른 차량들이 지나갈 때마다 수시로 움직이며 몸을 피하는 시민들도 있었다.
이날로부터 불과 3일 전인 지난 24일 이 장소에서 택시를 잡기 위해 서 있던 70대 A씨가 지게차에 치여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지게차는 해당 교차로의 골목길에서 왕복 2차선 도로로 진입하기 위해 우회전하던 중이었다. 지게차 운전자는 경찰 조사에서 '사람을 보지 못했다'고 진술했다.
대로변 안쪽으로 600m가량 이어지는 이곳 2차선 도로는 중앙선과 횡단보도까지 있고 버스도 다니지만, 인도는 확보돼 있지 않다. 다시 말해 차도와 인도의 구분이 없는 이면도로다. 도로의 경계도 신호도 없는 탓에 차량과 보행자가 겹쳐 항시 사고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 이곳에 불법주정차 차량들이 운전자와 보행자의 시야까지 가로막고 있어 사고 위험성을 더 높이고 있다.
이곳 일대 주민들은 보행 환경이 너무 위험하다고 입을 모은다. 주민 정모(78)씨는 "큰 도로는 신호 때문에 시간이 오래 걸리니까, 동네 지리를 아는 운전자들은 다 지름길을 찾아 이 길로 들어온다"며 "특히 출퇴근 시간대에는 대로변에서 들어오는 입구까지 늘 차가 꽉 막힌다"고 토로했다.
사고도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다. 주민 윤모(67)씨는 "차량이 사람이나 정차한 차를 피하다가 접촉사고를 내는 경우도 많고 한 달 전쯤에는 횡단보도를 건너던 초등학생이 차에 부딪쳐 머리쪽이 찢어진 채 구급차를 타고 실려가는 걸 봤다"고 털어놨다.
이처럼 이면도로 보행자 안전에 빨간불이 켜진 상황이지만, 행정당국은 기존 도로의 폭 자체가 협소해 별도의 인도를 만드는 게 어렵다는 입장만 내세울 뿐이다. 부천시 오정구 관계자는 "이곳 외에도 구도심을 중심으로 폭이 좁은 도로가 여럿 있지만 마땅한 대안이 없다"고 했다.
이에 대해 이수범 서울시립대 교통공학과 교수는 "운전자와 보행자 모두에게 이면도로에서 보행자를 우선 보호해야 한다는 걸 명확히 인지시키는 게 중요하다"며 "노면에 빨간색 칠을 하는 것과 더불어 돌을 박아 넣는 방식으로 속력을 제한시키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목은수기자 wood@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