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발한 배터리 파편 아직 남아
심경 묻는 직원 표정엔 그늘만
화성 분향소 찾는 발길도 줄어
화성시 서신면 1차 전지 제조 공장 아리셀 앞에는 아직도 그날 폭발한 배터리 파편이 남아있다. 노동자 23명의 목숨을 앗아간 아리셀 참사 발생 100일째, 다시 찾은 화재 참사 현장은 여전히 당시의 흔적을 안고 있었다.
지난달 30일 오전 9시 아리셀 공장 정문 앞엔 연신 담배를 태우는 남성들이 눈에 띄었다. 아리셀 직원이라고 밝힌 이들은 참사에 대한 심경을 묻는 말에 표정이 급격히 어두워졌다. 한 남성은 답변을 거부한 채 건물 내부로 들어가 문을 닫았다.
아리셀 공장을 둘러싼 울타리에는 파란 리본들이 묶여 있었다. 세월호 참사 이후 팽목항에 묶인 노란 리본을 연상케 했다. 하얀 울타리에 묶인 파란 리본들에는 보고 싶다는 내용이 대부분이었으며 책임자의 엄벌을 촉구하는 내용도 적혀 있었다.
아리셀 직원들이 식사를 했던 인근 민지가족식당의 직원들은 참사가 100일이 지났다는 소식에 연신 '아이고' 소리를 연발했다. 주방에서 일하던 한 여성 직원은 "그날 휴대전화로 찍은 참사를 아직도 못 지운 채 갖고 있는데, 시간이 그렇게 빨리 지난 줄 몰랐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아리셀 공장에서 가장 가까운 장례식장인 송산장례문화원으로 걸음을 옮겼다. 이곳에는 참사 당시 가장 처음 발견된 사망자의 시신이 옮겨졌고, 총 6구의 시신이 안치됐다.
참사 당일 아리셀에서 장례식장으로 시신을 옮겼던 실무자 김영표(61) 부장은 당시 새까맣게 전소된 시신들을 옮긴 기억을 떠올리며 씁쓸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유족과 협의되지 않은 시신 1구가 아직도 이곳 안치실에 남아있다"며 "그날 옮긴 6명의 희생자가 마음에 자꾸 남아, 다니는 절에 가서 명복을 빌었다"고 전했다.
아리셀 참사는 이제 사람들 기억에서 점점 잊혀지고 있다. 이날 정오께 찾은 화성시청 합동분향소는 전에 비해 규모가 줄었고 일부는 흰색 가림막으로 가려져 있었다. 9월부터는 분향소를 찾는 발길도 드물어졌다는 게 화성시 관계자의 설명이다. 경기도청에 설치됐던 합동분향소도 1층 로비에서 지하 1층으로 축소 이전했다.
화성시민 송제민(43)씨는 "아리셀 참사 이후에도 비슷한 사망 사고가 계속 이어지고 있는데, 이같은 참사가 반복되지 않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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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원기자 zone@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