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일 먼저 '앉을 의자 있느냐' 생각
앉아서 일하는 것은 당연한 권리
어디서든 서서 일하는 사람 없도록
지켜보고 '의자 없음'에 의문 가져야
사실 나의 의자 걱정은 유구하다. 대형 마트의 계산원이 끝없이 이어지는 고객들의 줄을 마주하고 서 있는 모습을 보면, 백화점의 의류매장 앞에서 손님을 기다리며 두 손을 모으고 서 있는 직원들을 보면, 카페 BAR 테이블 너머에서 종종걸음을 치는 알바생들을 보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생각은 '앉을 의자가 있느냐'다. 일하는 사람들은 얼마나 앉기를 갈망하는가. 물먹은 솜뭉치마냥 늘어지는 몸을 간신히 일으켜 아침 출근길의 전철을 기다리는 노동자는 먼저 온 사람들의 등 뒤로 길게 이어진 줄 끝에서 발을 구르며 얼마나 자리가 나기를 바라는가. 의자에 앉아있는 사람이 요행히도 금방 다음 역에서 내려 자리가 났을 때 급하게 엉덩이를 붙이는 사람의 얼굴은 얼마나 안온한가. 어린 밤 야쿠르트 배달을 마치고 돌아온 어머니는 "다리가 잘라져 나가는 것 같구나"하시며 한숨을 쉬셨다. 선생은 죽은 듯 조용하지 않은 초등학교 교실의 아이들을 혼내주려고 한 시간 동안 서서 수업을 듣게 했다. 우리는 모두 의자를 갈망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고 자라났다. 앉지 못하게 하는 것이 무엇인지도 잘 알고 자랐다. 농수산물 도매시장에서 일할 때였다. 새벽 3시부터 낮 3시까지 12시간을 일했다. 도매시장은 새벽이 가장 바빴다. 사장이 경매로 따낸 농산물을 창고로 들이고 과일, 채소를 파는 상인들이 물건을 떼러오면 구입한 청과물을 상인들의 차에 실어주고 오는 것이 나의 일이었다. 폭풍 같은 새벽일이 지나가고 아침이 되면 그때부터는 간간이 찾아와 소량으로 구매를 하는 몇몇을 제외하고는 손님이 없었다. 하염없이 오지 않는 손님을 기다리며 몇 시간이고 서 있다 보니 다리가 아파서 옆에 놓인 등받이도 없는 조그만 플라스틱 의자에 앉았다. 그러다 손님이 오면 다시 벌떡 일어나서 호객을 했다. 그런데 다음날 가보니 의자가 사라졌다. 일이 없을 때 틈틈이 앉는 직원을 탐탁해 하지 않은 사장이 의자를 치워버린 것이다. 물론 손님이 없을 때는 박스 정리도 하고 청소도 해야한다. 하지만 매번 그렇게 일해야 하는 것이 아니고 좀 한가할 때는 쉬기도 해야한다고 생각했지만, 직원이 앉는 의자가 꼴 보기 싫은 사장은 직원이 새벽 3시부터 정신없이 배달일을 하고 채소도 팔다가 틈이 나면 앉지 말고 청소도 하고 정리도 하고 점심 먹는 시간 빼고 종일 서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2008년 전까지만 해도 대형마트 계산대에 의자가 없었다. 계산원들의 얼굴은 그 옛날 다리가 '잘라져' 나갈 것 같던 그 얼굴처럼 피곤에 지쳐 보였다. 지금은 의자가 놓여서 직원들이 반쯤 걸터 앉아서 일하는 모습을 보게 되었는데 그 당연한 권리가 지켜지기까지 얼마나 많은 노동자들이 싸워야 했을까를 생각해본다.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 제80조에 '사업주는 지속적으로 서서 일하는 근로자가 작업 중 때때로 앉을 수 있는 기회가 있으면 해당 근로자가 이용할 수 있도록 의자를 갖추어 두어야 한다'라는 규정이 있다는 것을 최근에 알았다. 알려주지 않고 몰래 어기는 나쁜 사람들과 싸우기 위해 우리는 서로에게 자꾸 알려야 한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서, 인천국제공항 안내데스크 자원봉사자에게 의자가 제공되고 있을까? 인천공항뿐 아니라 어디서든 내내 서서 일하는 사람이 없도록 우리가 늘 지켜보아야 한다. 그리고 의자 없음에 의문을 가져야 한다. 앉지 못하는 사람은 고통받는 사람이다. 내내 서 계셔서 몰랐는데 오늘은 그분이 의자에 앉아 계셨다.
/이원석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