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지급 문제 해결 위한 제도 시행
시민단체 "20만원은 턱없이 부족"
절차 간소화·제재 조치 강화 과제
이혼한 후 자녀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는 나쁜 부모를 대신해 정부가 먼저 미지급 양육비를 주는 제도가 내년부터 시행된다.
피해자 지원 단체 등은 이를 환영하면서도 양육비 선지급액을 늘리고 자격 기준을 완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정부가 아이의 보호자에게 미지급 양육비를 먼저 주고 나중에 채무자에게 추징하는 '양육비 선지급제' 등을 담은 '양육비 이행확보 및 지원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지난달 25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내년 7월부터 시행된다. 양육비 채권이 있는데도 받지 못하고 있는 중위소득 150%(2인 가구 기준 월 552만원) 이하 가구는 자녀가 18세가 될 때까지 1인당 매달 20만원씩 지원받는다.
여성가족부는 지난 2021년 '한부모가족 실태조사' 결과를 토대로 약 1만3천여명이 양육비 선지급제 지원 대상에 포함될 것으로 추산한다.
이를 두고 구본창 양육비해결하는사람들 대표는 "전체 양육비 미지급 피해 가구 중에서 이 정책으로 혜택을 받는 가구는 극히 적을 것으로 보고 있다. 20만원이라는 금액도 턱없이 부족하다"며 "더 많은 가구가 충분한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양육비 이행 소송 절차 간소화와 양육비 미지급자 제재 조치 강화 등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
정부는 지난달부터 법원의 양육비 지급 이행 명령을 받고도 이를 따르지 않으면 감치명령 없이도 운전면허 정지, 출국금지 요청, 명단 공개 등의 조치를 하고 있다. 이전까지는 이행 명령과 더불어 감치명령까지 거쳐야 제재 조치를 내릴 수 있었다. 이런 명령을 받고도 1년 동안 정당한 사유 없이 양육비 미지급이 계속되면 최대 1년 이하 징역이나 1천만원 이하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다.
양육비를 받지 못한 피해자는 만약 상대방이 처벌을 받고도 의무를 이행하지 않으면 또다시 이런 절차로 소송을 진행해야 한다.
양육비 미지급자를 형사처벌할 수 있도록 관련 법이 개정된 뒤 처음 실형이 선고된 사건의 피해자인 김은진(44·인천 부평구)씨도 양육비 이행 소송 절차를 다시 준비 중이다. 징역 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았던 그의 전 남편이 지난달 말 만기 출소한 이후에도 여전히 양육비를 주지 않아서다.
김씨는 "전 남편이 만기 출소한 날에 양육비를 달라고 문자를 보냈는데, 답이 없었다"며 "양육비를 받기 위해 어쩔 수 없이 1~2년이 걸리는 소송을 다시 준비하고 있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이승기 법무법인 리엘파트너스 변호사는 "감치명령 등을 없애 소송 절차를 간소화하고, 형량을 높인 뒤 피해자가 원하지 않으면 처벌되지 않는 '반의사불벌죄'를 적용하는 등 양육비 지급을 유도할 방안이 필요하다"고 했다.
여성가족부 가족지원과 관계자는 "지난달부터 (감치명령 등) 양육비 이행 절차가 간소화된 만큼 성과를 지켜본 후 제도 개선을 논의하겠다"고 말했다. 양육비 선지급제 지원 대상 확대에 대해선 "확인되지 않은 양육비 미지급 피해자 등을 고려해 지급 범위와 금액을 두고 재정당국과 지속적으로 협의해 나갈 예정"이라고 했다.
/변민철기자 bmc0502@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