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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총명탕(聰明湯)이 '공부 잘하는 약'으로 알려지면서, 학부모들이 수험생 자녀에게 꼭 챙겨먹여야 할 필수템으로 각광받았다. 맹모삼천지교(孟母三遷之敎)를 능가하는 교육열과 동양 최고의 의서 '동의보감' 프리미엄이 붙어 학습 증진약으로 과대포장된 탓이 크다. 하지만 허준은 동의보감에 백복신(白茯神)·석창포(石菖蒲)·원지(遠志)로 지은 총명탕을 다망(多忘) 즉 건망증을 치료하는 약으로 기록했을 뿐이다.

요즘은 총명탕도 모자라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DHD) 치료 성분인 메틸페니데이트가 '공부 잘하는 약'으로 오인되고 있다. 올해 상반기 메틸페니데이트를 처방받은 환자가 이미 지난해 전체 처방 환자 수를 육박한다.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의료용 마약류 월간 동향'을 보면 상반기에만 25만6천848명이 처방을 받았다. 이는 지난해 메틸페니데이트를 처방받은 환자 28만663명의 91.5%에 달하는 수치다. 더 큰 문제는 10대 이하 환자가 대폭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10대 이하 남성이 8만5천106명, 10대 이하 여성이 3만2천780명이다. 10대 이하 남성은 전 연령 남성중에서 최다, 10대 이하 여성은 20대 여성 다음으로 많았다.

지난 9월 수능 모의평가를 앞두고는 온라인에서 ADHD 치료제가 '공부 잘하는 약'으로 버젓이 유통됐다. 8월 '수험생 관련 식의약품 부당광고 및 불법유통 특별점검'에서 적발된 마약류 불법 유통사례는 총 669건이나 된다. 지난해 수능 직전 점검했을 당시 적발된 200건보다 3.4배나 많다.

수능이 한 달여 앞으로 다가왔다. 올해 고3은 3고(苦)에 긴장한다. 역대급 폭염으로 학습 능률은 떨어졌고, 의대 정원 증원 문제로 혼란은 계속되고 있다. 상위권 N수생의 대거 도전장, 졸업생 지원자가 16만명을 넘었다니 말이다. 학부모와 수험생을 현혹하는 '불안 마케팅'이 기승을 부릴 환경이다.

중추신경계를 자극하는 '메틸페니데이트'를 오남용하면 두통·불면증 등 부작용을 동반한다. 심각한 경우는 환각과 망상까지 나타날 수 있다고 전문가는 경고한다. 약물에 기대 요행을 바라다가 부작용에 공든 탑이 무너질 수도 있다. 영양소가 풍부한 음식을 섭취하고 규칙적인 생활 습관으로 컨디션을 관리하는 정공법이 최선이다. '공부 잘하는 약'은 없다.

/강희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