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부금 삭감에 시·도교육청 '비상'
활용할 '안정화 기금'도 고갈 위기
전국 17개 시도교육청에 비상이 걸렸다. 정부가 연내 각 교육청에 줘야 할 남은 교부금을 삭감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교육청들이 일종의 '비상금'으로 모아둔 기금은 점차 바닥을 보이고, 특히 내년부터는 고등학교 무상교육비도 국비 지원 없이 각 교육청이 전액 부담하게 되는 등 심각한 재정난에 놓일 처지다.
3일 경인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교육부는 최근 전국 교육청에 세수 결손에 따라 올해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을 모두 지급하기가 어렵다고 안내했다. 이 교부금은 전국 교육청이 10~12월에 쓰는 예산이다.
기획재정부는 올해 세수 결손액(예상보다 덜 걷힌 세금)이 총 29조6천억여원이며, 이에 따라 전국 교육청에 배분하는 교부금 규모도 애초 예산보다 5조3천억여원 감소할 것으로 추산했다. 경기도교육청, 인천시교육청 몫으로는 각각 1조2천582억여원, 2천600억여원이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교부금은 주로 유·초·중·고교 디지털 교육 기반 마련(교내 전산망 구축, AI 디지털 기기 보급 등), 교육환경 개선(노후시설 개선 등), 각종 교육과정(늘봄학교, 고교학점제 등) 추진 등에 활용한다.
교육부는 교부금 지급이 어렵다며 각 교육청이 보유한 '통합재정안정화기금'을 일단 활용하라고 했다. 교육청 재정에 여유가 있을 때 적립했다가 긴급한 예산 부족 상황이 생길 때 쓰는 '비상금'인 이 기금도 많이 줄어든 데다 올해 사용할 수 있는 한도가 정해져 있다.
현재 경기도교육청의 기금 잔액은 1조1천700억원 정도다. 올해 받지 못할 것으로 예상하는 교부금 1조2천582억원 중 8천191억원은 급한 대로 기금을 써 시급한 사업들을 추진할 계획인데, 그러려면 올해 사용 가능한 기금의 한도를 전부 소진해야 한다. 기금을 쓰고 나서도 부족한 예산 4천391억원은 기존 사업의 규모를 대폭 축소하는 것으로 해결해야 한다. 도교육청 관계자는 "모든 사업을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했다.
문제는 내년에 재정 위기가 더욱 악화될 수 있다는 점이다. 고교 무상교육 예산을 정부, 교육청, 지자체가 분담하도록 하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 특례가 올해로 끝난다. 정부는 담배소비세 일부를 교육청 예산에 포함해 왔는데, 이 특례도 내년부터 사라진다.
사정이 이렇자 교육감들은 지난달 26일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 총회에서 교부금 삭감 문제, 고교 무상교육 경비 부담에 관한 특례 종료, 지방세법 부칙(담배소비세분 지방교육세 포함) 연장 등 긴급 현안들을 심각하게 논의한 것으로 파악됐다.
인천시교육청 관계자는 "점차 통합재정안정화기금이 고갈되는 상황이라 체감하는 재정 위기 정도가 예년과는 사뭇 다르다"며 "내년을 대비해 서둘러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했다.
→ 관련기사 (고교 무상교육·유보통합… 내년부터 교육 재정난 가속화)
/김희연·김형욱기자 khy@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