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의 한 페이지 된 영화


'내 청춘의 한 장면' 주제로 18일 개막
연수 스퀘어원·애관극장 등 32편 준비
시민 투표 1위 '비트'도 상영목록 추가
대중과 시네필까지 만족할 '균형' 맞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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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립아트코리아

올해로 4회째를 맞으며 인천을 대표하는 영화 축제로 그 지위를 굳히고 있는 '인천 영화 주간 2024'(INCHEON FILM WEEK 2024)가 오는 18일 개막한다.

24일까지 인천 연수구 스퀘어원과 CGV인천연수, 부평 대한극장, 애관극장, 영화공간주안, 인천 미림극장 등에서 펼쳐지는 인천 영화 주간 2024는 총 32편의 영화를 상영한다. '영화 주간'이란 명칭이 '영화제'보다 낯설게 다가올 수 있지만, 그 면면을 들여다보면 영화인 또는 시네필 중심의 영화제보다 시민·관객에게 더욱 친숙한 프로그램으로 구성한 '관객친화적 명칭'이라는 걸 알 수 있다.

인천 영화 주간 2024의 주제는 '내 청춘의 한 장면'이다. 최근 인천시영상위원회 사무국에서 만난 인천 영화 주간 2024의 김경태 프로그래머는 "사랑과 더불어 영화에서 가장 보편적인 주제가 청춘"이라며 "청춘을 다룬 다양한 영화를 통해 관객들이 자신의 청춘을 반추할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하는 취지로 주제를 선정했다"고 설명했다.

무수한 청춘 영화가 있다. 때론 어두운 분위기이거나 불행한 결말을 맞는 영화도 있으나, 이번 인천 영화 주간에서는 희망적인 메시지를 마지막에 던져주거나 미래를 기대할 수 있는 영화들을 골라 상영작 목록에 넣었다고 한다.

개막작으로 선정된 박범수 감독의 신작 '빅토리'가 대표적이다.

김 프로그래머는 "내가 지나온 청춘이 더 행복할 수 있었고, 혹은 힘들었던 순간을 버텨낼 수 있었던 건 내 곁에 누군가가 있었기 때문인데, 청춘 영화는 결국 그 관계에 대한, 우정에 대한 영화"라며 "개막작 '빅토리'는 그러한 우정의 가치를 굉장히 유쾌하게 잘 담아냈다"고 말했다. 이어 "나이가 있는 세대에게 호소력이 있고, 젊은 세대가 좋아할 만한 요소들도 있어 다양한 세대를 아우를 수 있는 영화이기도 하다"고 덧붙였다.

김경태
김경태 '인천 영화 주간' 프로그래머. 2024.10.6 /박경호기자 pkhh@kyeongin.com

이번 인천 영화 주간은 지난해 행사와 섹션 구성과 상영 편수가 거의 유사하다. 대신 특정 주제를 심화해서 볼 수 있는 '포커스' 섹션이 지난해 1개에서 올해 2개로 확대한 것처럼 기존 프로그램을 더 정교하게 구성했다.

김 프로그래머는 "'포커스Ⅰ: 관계를 향한 성장의 시간'은 '벌새'(김보라), '클로즈'(루카스 돈트), '괴물'(고레에다 히로카즈) 등 어른들이 정해 놓은 규범대로 성장하길 거부하는, 자신들만의 방식으로 성장해 나가는, 내가 원하는 관계를 쟁취하기 위한 성장에 주목한 영화들로 구성했다"며 "'포커스Ⅱ: 일본 청춘 영화 속 학교라는 소우주'는 학교라는 공간 자체를 완전한 세상으로 묘사하며 그 안에서 영원히 머무르고자 하는 욕망이 드러나는 일본 청춘 영화의 특성에 주목했다"고 했다.

인천 영화 주간은 지난 8월 시민을 대상으로 '인생 청춘 영화' 투표를 진행했는데, 1위로 뽑힌 정우성, 고소영 주연의 1997년작 '비트'(김성수) 또한 상영작 목록에 추가했다. 인천의 대표적 청춘 영화 '고양이를 부탁해'(정재은)를 근소한 차이로 제쳤다고 한다. 김 프로그래머는 "두 영화 모두 상영한 지 20년이 훌쩍 넘은 영화들인데, 세대를 초월해 아직도 좋아해주는 것을 보니 신기했다"고 했다.

'첫사랑'으로 대표되는 대만 청춘 영화들의 계보를 소개하는 '스페셜Ⅰ' 섹션, 현재 한국 관객들이 가장 주목하는 일본 감독 중 한 명인 미야케 쇼의 영화들을 '청춘'이란 열쇳말로 열어보는 '스페셜Ⅱ' 섹션도 마련됐다. '인천 영화 열전'에선 인천 출신의 임순례 감독의 영화 2편을 준비했다.

인천 영화 주간은 무엇보다 영화와 친숙해지기 위한 축제이며, 극장에서 영화를 보자는 바람을 담은 축제다. 다른 영화제와 달리 '도전! 영화 골든벨'(19일 오후 1시 스퀘어원 광장) 같은 대중적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김 프로그래머는 "대중의 취향에 부합해 영화를 즐기기도 하면서, 청춘이라는 주제를 심도 있게 다루는 영화들과 시네필들까지도 만족시킬 수 있는 영화들로 스펙트럼을 넓혀 균형을 맞췄다"고 했다. 김 프로그래머가 꼽는 '인생 청춘 영화'는 이번 상영작에 포함된 '괴물'이라고 한다.

/박경호기자 pkhh@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