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업준비 등 본연 업무 하루 1시간 못미쳐
민원폭탄 교복업무도 교사 몫…분리 시급
전교조 경기지부, 도교육청에 조례안 제출
“교복 원단 함유량까지 어떻게 알겠습니까…”
경기지역 교사들이 과도한 행정 업무로 인해 수업 준비 등 교사 본연의 업무에 집중하기 어렵다고 호소하며 행정 업무 분리를 촉구하고 나섰다.
7일 전국교직원노동조합 경기지부가 지난달 11일부터 지난 4일까지 경기지역 유·초·중등·특수교사 3천479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교사행정업무 분리 설문조사 결과보고서’를 보면, 교사 절반 이상(51.8%)이 본연의 업무인 수업 준비와 학생 생활지도 등에 하루 근무시간 중 1시간도 채 사용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때문에 대다수의 교사들이 학교에서는 행정업무를 보고, 정작 본 업무는 퇴근시간 이후에 도맡는 경우가 많은 실정이다.
교사들은 분리돼야 할 가장 시급한 행정 업무로 ‘교복 업무’를 꼽았다. 교복을 현물로 지원하는 경기도에서 교복업체를 선정하고 업체에 대금을 지급하는 건 일선 학교의 몫이다. 이에 교사가 관련 업무를 맡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큰 금액이 거래되다 보니 업체와 학부모 등 곳곳으로부터 민원에 시달린다는 것이다.
한 교사는 “교복 업무는 투명하고 공정하게 업체를 선정하려고 해도 이 과정에서 불신과 오해가 생겨 업체와 학생, 학부모 모두에게 민원이 생길 수밖에 없다”며 “특히 의류에 대한 전문지식이 없는데도 원단 함유량까지 파악해 가며 골라야 하는 실정”이라고 털어놨다.
이처럼 교사들은 행정 업무가 단순히 업무 과중을 넘어 비전공 분야의 업무에 대한 부담감으로 작용한다고 말한다. 일례로 급식실 조리종사자들이 폐암 등 산업재해를 겪는 문제가 부각되면서 조리기구를 새롭게 교체하는 경우가 많은데, 전기설비나 제품 등의 전문 지식이 없는 영양교사가 물품 선정까지 맡는 경우가 많다고 일선 교사들은 입을 모은다.
화성의 한 초등학교 영양교사는 “기존 튀김솥을 인덕션으로 교체하기 위해 다른 학교에 근무하는 영양교사들에게 구입한 제품명과 장단점을 알려달라는 식으로 메신저를 보내 정보를 얻었었다”며 “고심해서 현대화 시설로 바꿔도 전문가가 아니다 보니 이후에 잘못된 제품을 사용한 것으로 드러나 문제가 생길까봐 사실 걱정스럽다”고 했다.
이날 전교조 경기지부는 경기도교육청 남부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교사들이 행정 업무를 감당해 내기에 급급해 서로를 돌보지 못하고 있다. 학교 현장 교사들이 체감할 수 있도록 교사들에게 행정업무를 분리하라”고 촉구하며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조례안을 도교육청에 전달했다.
도교육청 관계자는 “교직원들의 행정 업무 경감을 위해 지난해 ‘학교업무개선담당관’ 팀을 신설하고 관련 정책 수립과 사업 추진을 이어오고 있다”며 “수질·공기질 관리, 불용물품 등 전문지식이 필요한 업무는 순차적으로 교육지원청 내 학교행정지원팀에서 도맡도록 이관하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