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열 현상 '특정지역 쏠림' 심화
'8학군 효과' 연구도 특이점 못찾아
한은 연구 결과, 소득수준 영향 커
'지역별…' 전면 도입 파격적 주장
현실적으로 어렵지만 가능성 열어야

성기선_가톨릭대학교_교수.jpg
성기선 가톨릭대학교 교수
우리 사회의 교육열 현상은 특정지역 쏠림현상으로 심화되고 있다. 이것을 교육적 목적의 거주지분화현상이라 한다. 대표적인 곳은 서울의 강남지역이다. '교육특구 강남8학군'이라는 말이 1980년대 후반부터 언론에서 대서특필되면서 어느덧 좋은 대학을 보내려면 강남에 거주해야 한다는 불문율로 정착돼갔다. 없는 돈에 강남으로 이사 가려면 빚을 내고 전세나 월세로 거주해야 하기에 자녀를 둔 가정에서는 언제 어떻게 강남으로 이사 갈지를 두고 부부간 갈등이 심화되기도 했다. 강남8학군이 유별나게 좋은 학교가 많아서 자녀들의 성공을 보장하는가? 한국교육개발원에서 8학군 효과 관련 연구보고서가 나온 적이 있다. 그러나 일반인들이 믿고 있던 독자적인 학군효과는 발견되지 않았다. 강남지역의 학교효과와 학군효과가 특별하지 않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왜 이러한 연구결과와 달리 많은 사람들은 강남에 가야 자녀를 좋은 대학에 보낼 수 있다고 믿고 있는가? 대부분의 부모들은 학교효과, 학군효과가 없다는 점을 알고 있다. 이제는 학교효과가 아니라 학원효과, 사교육효과에 관심을 갖는다. 8학군에는 좋은 학교는 없는데 좋은 학원이 있다고 믿는다. 대치동 거리를 가면 한 블록 내 학원이 1천여 개 있다. 퇴근시간이 아닌 늦은 밤시간에 차가 막히는 곳이 이곳이다. 캐리어를 끌고 다니는 초등학생부터 지방에서 KTX 타고 와서 수업 듣고 다시 내려가는 학생들까지 각양각색의 학생들로 붐비는 곳이다.

교육적 목적으로 경쟁적으로 이사를 오게 되면서 이 지역의 주택가격은 천정부지로 오른다. 사교육 기관이 늘어나고 고액과외시장이 열리면서 웬만한 학생들은 4~5개 과목의 학원을 다니고 있으며 사교육비 부담으로 가정경제는 힘들어진다. 입시위주의 집중적 수업을 어릴 때부터 듣는 아이들의 성취도는 그렇지 못한 집단보다 월등히 높다. 현재의 수능체제에서 단기간에 성적을 끌어올릴 수 없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강남지역, 상층계층, 어릴적부터 사교육에 대한 경험이 많고 부모가 열성적으로 지원하는 아이들이 상위대학에 갈 확률이 높을 수밖에 없다.

최근 이러한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있는 보고서가 나와 관심을 끌고 있다. 한국은행에서 발간한 '입시경쟁 과열로 인한 사회문제와 대응방안' 연구다. 입시경쟁이 과열되면 심각한 사회문제를 유발한다. 이를테면 사회경제적 지위의 대물림이 심화되고, 대학 내 다양성이 부족하고, 수도권 인구집중 및 저출산이 심화되며, 청소년과 대학생의 정서불안 및 교육성과가 저하된다. 소득수준별 사교육비 격차가 소득수준별 상위권대 진학률 차이를 보여준다. '소득 상위 20%' 집단이 '하위 20%'보다 상위권 대학 진학 가능성이 5.4배 높게 나타난다. 그리고 학생의 성적은 부모의 경제력에 의해 75%, 학생의 잠재력에 의해 25% 결정된다. 거주지역별 사교육비 격차 역시 상위권대 진학률 차이를 만들어 낸다. 이를테면 서울 강남지역의 고등학생들이 전국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4%인 반면에 서울대 진학생 중에는 12%를 차지하고 있다. 서울대 점유비율이 3배 정도 다른 지역보다 높다. 그 분석의 정확성과 진위야 여기서 세밀하게 논의하기는 어렵지만 매우 충격적인 결과임에 분명하다.

이 보고서가 관심을 끄는 이유는 이러한 분석결과를 토대로 제시한 대안에 있다. '지역별 비례선발제'를 전면 도입하자고 주장한다. 그 내용은 크게 세 가지로 정리 가능하다. 첫째 상위권대가 지역별 학령인구 비율을 반영해 신입생을 선발, 둘째 입학정원의 대부분에 대해 적용, 셋째 선발기준 및 전형방법 등은 자율적으로 선택. 지금도 지역균형선발제도가 있지만 이 보고서에서 제시하는 지역별 비례선발제는 매우 파격적이다. 제주도는 제주도 학생비율 만큼, 강남은 강남 학생비율 만큼 상위권 대학에 진학 가능하다. 중국이 각 성(省)별로 일정 쿼터를 설정해 대학진학률의 불균형을 해소하고 있는 정책과 유사하다. 과연 이 방안은 실현 가능할까? 교육문제, 주택문제, 저출산문제, 경제문제가 악순환의 고리로 연결되어 있는 우리의 현실을 고려해 볼 때 용이하지는 않겠지만 그 가능성을 열어두고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성기선 가톨릭대학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