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에 대한 우려와 분노가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지금 이스라엘이 보여주고 있는 횡포 때문이다. 이스라엘은 1948년 서방국가들의 지원과 묵인 하에 무력으로 팔레스타인 사람들을 내쫓고 이집트의 땅 일부를 점령하면서 나라를 세웠다. 이스라엘-아랍국가들 간의 갈등은 모두 여기서 시작됐다. 그간 4차례의 전쟁이 있었고, 지금 다섯 번째 전쟁 중이다.
이번 5차 전쟁은 지난 2014년 7월 가자지구에서 벌어진 충돌의 연장선상에 있다. 이는 빼앗은 자와 빼앗긴 자, 되찾으려는 자와 지키려는 자 사이의 해묵은 갈등이면서 동시에 부패한 정치세력과 유대교 보수 종파의 기득권 사수를 위해 계획된 전쟁이라는 점에서 세계인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 그 장본인은 바로 네타냐후 현 이스라엘 총리와 집권당 리쿠드와 유대교 종파 '하레디'다. 하레디는 매우 폐쇄적이고 근본주의적인 성향을 띤 종파다. 그동안 이들에 대해 부여됐던 각종 혜택과 병역면제 조치가 2014년 철회되자 하레디가 반발하면서 이스라엘 내부의 갈등이 지속되고 있다.
이스라엘 건국 이후 최장수 총리가 된 네타냐후는 2020년 5월 25일 뇌물수수·배임·사기 등의 부정부패로 법정에 선 바 있다. 정치적 위기를 맞은 네타냐후 총리와 집권당에 하레디가 손을 내밀었다. 전 국민의 12%에 해당하는 하레디의 지지가 없으면 리쿠드당은 집권당의 지위가 위태로워지며 네타냐후는 실각하고 다시 법정에 서야 한다.
하레디의 지지만으로 부족한 이들은 눈을 외부로 돌린다. 전쟁이란 국가적 대사를 명분으로 자국 내의 모든 정치적 갈등을 억누르고 제어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마스가 치명적인 빌미를 제공했다. 전쟁을 멈추는 순간, 네타냐후와 하레디는 다시 정치적 궁지에 몰릴 수 있기에 이들은 어떻게든 전쟁을 더 연장하고 확산시켜야 한다. 삐삐 테러를 기획하고, 이란 영사관을 폭격하는 등 아랍 국가들과 이란에게 자꾸 트집을 잡고 시비를 거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중동과 세계평화가 소수 정치세력과 특정 종파의 기득권 지키기로 크게 위협받고 있다. 인류사의 거의 모든 전쟁은 소수 기득권 세력의 이해 때문에 발발했다. 깨어있는 정치의식과 시민정신은 정치의 부정을 막고, 세계평화를 지키는 보루다.
/조성면 객원논설위원·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