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금 보증보험 '전세사기 원인'
보증범위 매매가 육박 갭투자 조장
정부 잦은 시장 개입 등 혼란 야기
임차인 가입 가능 여부 알 수 있는
정보의 불평등이 우선 해소되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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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민경 법무법인 명도 대표변호사
전세사기로 한 차례 홍역을 치렀지만 여전히 전세보증금을 안전하게 보호하는 방법은 요원하다. 임대차보호법이 정하는 대항력, 우선변제권은 임차인이 보증금을 지킬 수 있는 보호장치이지만 아직 충분하지는 않다. 이에 정부는 임차인이 전세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 전세보증금 반환보증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임대인이 임차인에게 전세보증금을 반환하지 못하는 경우 보증기관이 이를 대신 지급하는 제도이다. 이를 보증하는 기관으로는 주택도시공사(HUG), 서울보증보험주식회사(SGI), 한국주택금융공사(HF)가 있고, 전세보증금 반환보증보험 또는 전세금 반환보증보험 등의 이름으로 운영되고 있다.

그런데 전세보증금 반환보증제도(이하 '전세금 보증보험')가 전세사기의 원인으로 꼽힌다. 전세금 보증보험 가입 요건이 완화되고 전세금의 보증 범위가 매매가에 이르면서 오히려 갭투자를 조장해 왔다는 것이다. 현재 주택도시공사의 전세금 보증한도는 주택가격의 90%에 이르는데, 작년까지는 100%였다.

그러다 보니 이제는 전세금 보증보험의 가입 요건을 강화한다고 한다. 전세금 보증보험 가입 요건이 강화되면 제도 이용이 어렵고, 전세보증금을 낮추기 위해 월세가 증가하여 임차인의 주거비가 증가하는 부작용이 발생한다. 어떤 제도든 장점과 단점이 있기 마련이지만 정부의 잦은 시장개입은 국민의 혼란과 시장의 왜곡을 가져오기에 신중할 필요가 있다.

전세금 보증보험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것은 단순히 가입 요건 강화여부의 문제가 아니다. 임대차계약 체결 당시에 전세금 보증보험을 가입할 수 있는지 여부를 알 수 없다는 것이 문제이다. 임대인은 가입이 가능하다고 하지만 막상 전세금 보증보험을 신청하면 임대인 보증금지 사유로 가입이 불가능한 경우가 생각보다 많이 발생하고 있다. 임대인이 동의하지 않는 한 임대인에게 보증금지 사유가 있는지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또, 이행청구가 거절되는 것도 문제다. 전세금 보증보험 가입 요건을 맞추기 위해 허위의 임대차계약서를 제출하는 경우 보증계약이 취소된다. 최근 전세사기 피해자들이 주택도시공사(HUG)를 상대로 한 보증금지급 청구 소송의 하급심 판결이 갈렸다. 전세금 보증보험을 가입할 당시 임대인이 보증금을 낮추어 작성한 허위 임대차계약서를 HUG에 제출하였고, 이 사실을 알게 된 HUG가 보증계약을 취소한 사건으로 하나는 HUG가 보증금을 지급하여야 한다는 판결이, 다른 하나는 HUG가 보증금을 지급하지 않아도 된다는 판결이 선고되었다. 패소한 HUG가 항소함으로써 최종 판단을 기다려봐야겠지만 임차인 입장에서는 전세금 보증보험에 대한 신뢰를 잃을 수밖에 없다.

실제로 전세사기 피해자인 임차인과 HUG간의 소송이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 전세금 보증보험 가입 요건에 대한 조사 책임은 보험상품을 운영하는 기관에 있다. 은행 대출을 보더라도 대출심사를 위해 현장을 방문하여 임차인 현황을 조사하여 대출을 받는 자가 제공한 정보가 사실인지 여부를 확인하는 것은 아주 기본적인 절차다. 전세금 보증보험은 일반 보험과 달리 보험가입자가 제공하는 정보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는데 당사자의 기망행위도 아닌 임대인의 기망행위까지 임차인이 책임지게 하는 것은 사실상 임차인으로 하여금 전세금 보증보험을 이용하지 말라는 것과 같다.

전세금 보증보험이 어떤 성격을 가지는 지의 여부를 불문하고 전세금 보증보험이 그 목적을 다 하려면 정보의 불평등이 해소되어야 한다. 임차인이 임대차계약을 체결하려는 주택에 관하여 전세금 보증보험 가입이 가능한지 여부를 알 수 있어야 하고, 그 정보를 바탕으로 임차인이 전세금을 결정할 수 있어야 한다. 가입 요건이 까다롭든 수월하든 해당 기관이 가입 요건을 원활히 검토하고, 임차인은 가입 가능 여부를 투명하게 알 수 있는 현실적인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

/정민경 법무법인 명도 대표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