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백사장·소나무숲 등 풍광·놀거리 겸비했던 곳

경영난에 2011년 폐쇄… '중고차 적치장'으로 전락
수출액 17억 달러 이면에 '소음·분진' 불편 떠안아

부동산 침체·토지 소유주 갈등 '부활' 번번이 무산
지경학적 중요 공간… '경제자유구역 지정안' 검토
"지역 활성화·도시 가치 업그레이드" 커지는 목소리


인천권 송도유원지
중고차 적치장으로 쓰이는 송도유원지 전경. 2024.10.8 /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

인천 연수구 송도유원지는 과거 인천 등 수도권 주민들의 휴식처로 인기를 끌었던 공간이다. 이곳에 오면 인공백사장(해수욕장)과 소나무 숲 등 아름다운 풍광을 감상하고 각종 놀이시설을 즐길 수 있었다.

하지만 2011년 송도유원지가 문을 닫으면서 이 일대는 쇠락의 길을 걸었다. 송도유원지 터는 수출을 앞둔 중고차 적치장으로 전락했고, 송도석산은 활용 방안을 찾지 못한 채 방치돼 있다. 이 일대 상권도 침체되면서 예전 같지 않다.

송도유원지 일대 약 263만㎡는 인천의 전체적 도시공간 측면에서도 애매한 위치에 있다. 인천경제자유구역 개발사업이 진행되면서 신도시(송도국제도시)와 기존 도심(옥련동·동춘동) 사이의 '낀 공간'이 됐다. 신도시와 기존 도심이 송도유원지 일대로 인해 단절된 모양새다.

이 때문에 송도유원지 일대에 대한 통합적인 개발계획을 수립해 지역을 활성화시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더 이상 이대로 방치해선 안 된다는 게 지역사회 중론이다. → 위치도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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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옛 명성 그리운 송도유원지


송도유원지는 일제강점기인 1930년대에 조성됐다. 일제는 경기도 내륙의 쌀 등 각종 곡식을 인천항을 통해 수탈하고자 수인선 건설사업을 추진했다. 수인선 건설은 송도유원지 조성을 부채질하는 계기가 됐다.

1936년 송도유원주식회사가 창립해 인공해수욕장과 각종 놀이·편의시설을 갖춘 송도유원지를 조성·개장했다. 하지만 송도유원지를 종합휴양지로 만들려는 일제의 계획은 해방을 맞으면서 무산됐다. 한국전쟁 당시에는 유엔군으로 참전한 영국군과 미군이 주둔하는 아픔을 겪었다.

송도유원지는 1961년 국가 지정 관광지로 승인을 받으면서 전환기를 맞았고, 1963년 각종 시설을 재정비해 시민들에게 개방됐다. 송도유원지는 하루 2만명이 찾을 정도로 성황을 누렸으나 과천 서울랜드, 용인 에버랜드 등 수도권 대형 위락시설에 밀려 경영난을 겪게 된다. 적자가 누적되자 시설 개선·보강을 위한 투자는 이뤄지지 못했고, 2009년부터 이용객이 급감하면서 결국 2011년 8월 말 폐쇄됐다.

송도유원지 부지는 인천시의 송도관광단지 조성사업에 포함되면서 부활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졌지만 사업 자체가 실현되지 못했다. 송도관광단지 조성사업은 송도유원지 일대 종합 개발계획이었다. 이 일대를 '경쟁력 있고 차별화된 도심형 관광단지'로 만들겠다는 계획을 세웠으나 투자자 유치에 실패했다. 부동산 경기 침체, 토지 소유주 간 갈등, 중고차 수출업체 밀집 등도 사업 무산의 원인이 됐다.

인천권 송도 석산
인천 송도 석산. 2024.10.8 /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

■ 중고차 수출단지로 전락한 송도유원지 일대

송도유원지 일대는 OCI(옛 동양제철화학) 유수지, 송도석산, 송도유원지, 송도테마파크 등 약 263만㎡를 말한다. 송도국제도시와 기존 도심의 주거단지·상업지역이 송도유원지 일대를 감싸고 있는 모양이다. 송도유원지 일대 핵심지역 가운데 가장 큰 골칫거리는 중고차 적치장으로 쓰이는 송도유원지다.

더불어민주당 허종식(인천 동구미추홀구갑) 국회의원에 따르면, 송도유원지 일대 중고차 수출단지에 있는 업체 수는 1천596개다. 이들 업체는 지난해 중고차 23만8천467대를 해외로 보냈다. 수출액으로 따지면 17억 달러(약 2조2천300억원) 규모다.

인천의 중고차 수출이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하고 있는 것은 확실하지만, 문제는 불법 주정차와 소음·분진 발생이다. 수출업체들이 송도유원지 밖 도로와 골목에도 중고차를 세워놓거나 말소 차량을 운행하는 탓에 주민들이 불편을 겪고 있다.

인천항만공사는 인천 남항에 친환경 중고차 수출단지 '스마트 오토밸리'를 조성하는 사업을 추진 중이다. 송도유원지 등 인천에 있는 중고차 수출업체들을 이곳으로 모아 관련 산업을 육성하고 민원을 해소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스마트 오토밸리 조성사업은 인천항만공사와 사업자 간 갈등으로 표류 위기에 빠졌다. 사업자는 사업계약 당시보다 공사비가 증가한 점, PF(프로젝트 파이낸싱) 대출 여건이 나빠진 점 등을 고려해 사업계약 내용 일부를 수정해달라고 인천항만공사에 요구하고 있다.

송도석산 개발사업도 진척이 없다. 인천도시공사가 2014년 송도석산 유원지 조성계획을 발표하고 우선협상대상자까지 선정했지만, 토지 매매 계약이 성사되지 않아 무산됐다. 송도석산은 과거 채석장으로 사용되다가 발파 소음에 따른 민원이 잇따르면서 골재 채취가 중단됐다. 2009년 인천대교(송도~영종)가 개통하고, TV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 촬영지로 화제가 되면서 개발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었다.

부영그룹의 송도테마파크 개발사업은 맹꽁이(멸종위기종) 서식지 이전 및 개발계획 변경을 위한 행정 협의가 진행되고 있으며, OCI 유수지에는 체육공원을 조성 중이다. 송도유원지 일대 토지주 일부는 약 2천800가구 규모의 도시개발사업을 연수구청에 제안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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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부영 테마파크 부지. 2024.10.8 /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

■ 송도유원지 일대 개발 큰 그림 그려야


송도유원지 일대 개발에 대한 큰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 건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지경학(地經學)적으로 매우 중요한 데다, 핵심사업 상당수가 지지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송도국제도시 등 주변 개발로 대내외적 여건이 변한 것도 있다. 현시점에서 녹지 축 연결과 조망권 확보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일대 전체의 토지이용계획을 수립해야 한다는 것이다.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은 송도유원지 일대를 경제자유구역으로 지정받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기도 하다.

인천시가 지난달 30일 송도국제도시 G타워에서 연 '2040 인천도시기본계획 변경안' 시민 공청회에선 송도유원지 일대 개발로 지역경제 활성화를 꾀하고 도시 가치를 높여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신원철 전 연수구청장은 "송도유원지 일대에는 약 80만평의 미개발 부지가 있다"며 "과거 수도권의 대표적 휴양지로 각광받던 송도유원지가 방치돼 있는 등 국가적·사회적·지역적으로 큰 손실을 보고 있는 형국"이라고 했다. 이어 "이 지역을 개발하면 건설경기 부양과 지역경제 활성화는 물론 일자리 창출에도 기여할 것"이라며 "국제도시 면모가 한층 업그레이드될 것으로 확신한다"고 했다.

/조경욱기자 imjay@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