法 패소에도 부평역 광장 사용신청 없이 집회 신고 후 진행 예정
인천퀴어문화축제가 다음 달 2일 인천 부평구에서 열린다.
36개 시민사회단체가 참여하는 인천퀴어문화축제 조직위원회는 지난 8일 인천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제7회 인천퀴어문화축제를 인천 부평구 부평역 광장에서 개최한다"고 밝혔다.
이번 행사는 '거침없이 멈춤없이 오늘도 무지개 인천'이라는 슬로건으로 열린다. 조직위원회는 "존엄과 평등, 자유와 민주주의를 저버리는 시국에도 다시 부평역 광장을 환대의 무지갯빛으로 채우려 한다"며 "혐오와 차별의 말이 아닌 미소로 서로의 안부를 묻고, 존엄을 위해 연대할 것"이라고 했다.
퀴어문화축제는 성 소수자 인권과 성적 다양성을 알리는 행사로, 인천에서는 2018년부터 열리고 있다. 이 축제를 둘러싼 잡음이나 갈등도 있어 왔다.
조직위원회는 지난해에도 부평역 광장에서 퀴어문화축제를 개최하려고 했다가 담당 구청이 광장 사용을 승인하지 않아 부평시장 로터리 일대로 장소를 옮겨야 했다. 당시 퀴어문화축제 반대 집회를 계획한 기독교단체가 먼저 부평역 광장 사용 승인을 받아서다.
그런데 절차상 하자가 발견됐다. 조직위원회는 이 기독교 단체가 구청의 광장 사용 규칙에서 정한 신청기간을 어겼는데도 구청이 사용 승인을 한 사실을 확인하고 '부평역 광장 사용신고 수리 처분 무효확인 청구 소송'을 진행했다.
그러나 법원은 "부평구 역전광장의 사용 및 관리에 관한 규칙은 대외적 구속력이 없는 행정기관 내부의 재량 준칙"이라며 "규칙이 정한 기간 이전에 사용 신고를 수리했어도 하자가 중대하지 않다"는 취지로 올해 초 1심에 이어 지난달 진행된 항소심에서 모두 원고 패소 판결했다.
조직위원회는 올해 축제를 부평역 광장 사용 신청 없이 집회 신고 후 진행할 예정이다. 법원이 광장 사용 규칙에 대한 법적 구속력이 없다고 판단했다는 이유에서다. 기독교 단체 등은 반대 집회를 위해 예년처럼 광장 사용 승인을 받았다.
앞서 2022년에는 인천대공원사업소가 제5회 인천퀴어문화축제 개최지로 결정된 남동구 구월동 중앙공원 월드컵프라자의 장소 사용을 불허했다가 인천시 인권보호관의 시정 권고를 받기도 했다.
또 2018년 동인천역 북광장에서 열린 제1회 인천퀴어문화축제는 기독교 단체와 보수 성향 시민단체가 근처에서 반대 집회를 열어 급기야 물리적 충돌이 빚어진 후 행사가 중단된 바 있다.
/변민철기자 bmc0502@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