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너스 폭도 격차 다시 커져
석유화학 등 주요품목 수출 정체
"중국 경기 침체 내년까지 여파"
국내 무역수지가 흑자를 이어가고 있으나, 인천 무역수지는 적자 폭이 확대되고 있다. 석유화학과 반도체 등 주요 품목의 수출이 정체된 반면 원재료 수입은 늘어난 영향이다.
한국은행이 9일 발표한 '국제수지 잠정통계'를 보면 지난 8월 우리나라 무역수지는 65억9천만 달러(수출액 574억5천만 달러, 수입액 508억6천만 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국내 무역수지는 지난해 10월 이후 11개월째 흑자다.
반면 인천 무역수지는 지난해 12월 적자로 돌아선 뒤 올해 내내 마이너스(-) 흐름을 보이고 있다. 지난 6월에는 3천만 달러 적자를 기록해 수출액과 수입액 격차가 줄었으나, 7월 2억3천만 달러 적자로 확대되고 8월에는 7억3천만 달러 적자로 격차가 다시 커지는 등 국내 무역수지와 정반대 흐름이다.
인천 무역수지 적자가 확대된 배경에는 석유화학 분야의 시장 변화가 있다. 인천의 석유화학제품 수출액은 지난 8월 기준 1억1천700만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19.6% 감소했다. 석유화학제품을 만드는 데 쓰이는 원유와 각종 석유제품 수입액은 각각 48.2%와 60.1% 증가한 5억4천800만 달러, 1억4천800만 달러로 집계됐다.
통상 원유 수입액이 증가하면 석유화학제품의 수출액도 늘어나기 마련이다. 수입한 원유를 활용해 더 많은 화학제품을 만들어 다시 해외로 판매하는 가공무역의 대표적 분야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올해는 석유화학제품의 수출 단가가 하락하면서 원료 수입에 들어간 비용 대비 수출로 벌어들인 이익이 감소하는 구조다. 주요 수출국인 중국의 석유화학제품 수요가 줄어든 것도 수출액 하락에 영향을 미쳤다.
산업연구원 조용원 연구위원은 "최근 3년 사이 한국과 중국, 동남아를 중심으로 석유화학제품 공급 과잉이 벌어지며 재고가 쌓였다"면서 "올해 수요가 늘어나면서 다시 수출이 늘고 있지만, 최대 시장인 중국 경기가 회복되지 못해 제품 가격 하락세가 내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인천의 1위 수출 품목인 반도체도 수출이 둔화되고 있으나, 수입은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지난 8월 기준 인천의 반도체 수출액 증가율은 23%로 7월 증가율(32.3%)보다 둔화됐다. 같은 기간 수입액 증가율은 42.3%에서 48.3%로 상승했다. 올 하반기 글로벌 반도체 시장이 고대역폭메모리(HBM)를 중심으로 수요가 증가할 것이란 관측에 반도체 웨이퍼 등 완제품 생산에 필요한 중간재 수입 규모가 늘어났지만, 인천에서 패키징과 테스트를 거쳐 해외로 나가는 완제품의 수출 규모는 기대에 못미쳤다.
신한투자증권 김형태 수석연구원은 "스마트폰과 PC 등이 3분기 들어 단기적으로 수요가 줄면서 반도체 실적에 영향을 미쳤다"며 "다만 장기적으로 봤을 땐 올해 4분기를 거치면서 반등할 전망"이라고 했다.
/한달수기자 dal@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