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동물의 여정을 담은 책 2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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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립아트코리아

■ 기린과 함께 서쪽으로┃린다 러틀리지 지음. 김마림 옮김. 열린책들 펴냄. 536쪽. 1만9천800원


기린과 함께 서쪽으로
대공황의 여파로 시름 하던 1938년 미국, 가족을 잃고 뉴욕항을 배회하던 혈혈단신의 고아 소년 우디 앞에 허리케인을 뚫고 기린이 도착한다. 이 기린들을 실은 트럭이 가난한 실향민들의 꿈인 캘리포니아주로 향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 우디는 무작정 트럭을 쫓아 나선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장편소설 '기린과 함께 서쪽으로'는 105세의 나이로 죽음을 앞둔 우디 니켈이 기린과 함께했던 여정을 돌아보며 남긴 기록을 따라간다. 그는 최초로 미국을 횡단한 기린의 이송 과정에 참여했었다. 캘리포니아에 가겠다는 일념 하나로 기린 이송 책임을 맡은 라일리 존스 영감을 설득해 따낸 트럭 운전사 자리. 그러나 2미터가 넘는 기린 두 마리를 실은 트럭을 싣고 가는 여정은 쉽지 않았다.

기린을 그저 '돈'으로 여기는 무자비한 이들 사이에서 살아남아야 한다는 생각으로 타인을 믿을 수 없게 된 우디. 그런 그를 변화시킨 것은 기린과 기린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따듯한 마음이었다. 기린들의 갈색 사과 같은 눈에서 조건 없는 온화함을 본 우디는 그것이 자신의 '집'이자 '가족'이라는 것을 느끼게 된다.

작가는 당시 기사 일부를 작품 속에도 그대로 담아냈으며, 주인공들의 여정 속에 등장하는 장소와 지형 등 현실을 고스란히 반영해 이야기의 생생함을 더했다. 책은 아픔을 간직한 시대 사람들에게 기쁨과 위안을 줬던 동물, 그리고 아픔과 고난 속에서 성장하는 소년과의 아름다운 우정을 그려내며 높은 몰입감을 선사한다.

■ 얼룩덜룩해도 아름다워┃릭 브래그 지음. 황유원 옮김. 아카넷 펴냄. 304쪽. 1만7천800원


얼룩덜룩해도 아름다워
주근깨 낀 얼굴, 반쯤 눈이 멀어 해적처럼 보이는 인상, 빽빽한 긴 털과 얼룩덜룩한 몸을 가진 떠돌이 개. 도로 한복판에서 쓰레기를 핥거나 로드킬에 맞서 위험천만하게 살아가는 개가 한 남자의 집 안으로 들어왔다. 남자는 퓰리처상까지 받은 기자였지만 이제는 나이가 들어 심신이 무너졌다. 삶의 끄트머리를 향해 가는 그는 젊은 시절을 풍요롭고 맹렬하게 살았지만, 지금은 따분함 속에 마지막을 기다리고 있었다.

남자는 자신 안의 공허한 마음을 물어뜯고 할퀴고 찢어 버리려면 야비하고 비열한 세상에서 살아남은 '나쁜 개'가 필요하다고 믿었다. 시간이 흐른 뒤 가족은 집으로 들인 이 개에게 '스펙'이라는 이름을 지어줬다. 스펙과 함께 지낼수록 남자는 비참하고 괴팍하고 시무룩한 노인에서 벗어난 것 같은 기분을 느낀다. 스펙도 변화하며 화답했고, 남자에게 최고의 동반자가 돼 주었다.

'얼룩덜룩해도 아름다워'는 미국 남부의 한 시골 마을을 배경으로 심신이 피폐해진 채 어느덧 황혼기로 접어든 한 사람과, 길 위를 비참하게 헤매던 개의 만남과 동행과 치유의 여정을 담았다.

뉴욕타임즈 기자로 일하며 뛰어난 글쓰기로 퓰리처상을 비롯해 많은 상을 받았던 저자는 그만이 가진 문장과 서사력, 그 속의 위트로 아주 특별한 개 스펙의 이야기를 담아냈다.

저자는 삶의 어두운 면을 외면하지 않으면서, 삶의 기쁨과 활기 넘치는 생명력 또한 놓치지 않는다. 비틀거리고 불완전한 두 존재의 좌충우돌 여정은 한편으로는 웃음을, 다른 한편으로는 뭉클한 감동을 전한다.

/구민주기자 kum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