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38개월 만에 기준금리 인하를 단행하면서 긴축 기조가 완화로 돌아섰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이하 금통위)는 11일 오전 통화정책방향 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현재의 연 3.50%에서 3.25%로 0.25%p 인하해 통화정책을 운용하기로 했다.
기준금리 인하는 지난 2020년 5월 이후 4년 5개월 만에 처음으로, 지난 2021년 8월부터 이어온 긴축 기조도 3년2개월 만에 종지부를 찍었다.
앞서 금통위는 2022년 4월부터 지난해 1월까지 7차례 연속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한 후 2월부터 올해 8월까지 금리를 동결한 바 있다.
이번 결정은 물가상승률이 둔화한 가운데 내수 부진이 지속되고 있는 상황에 대한 우려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최근 가계부채 증가세도 소폭 둔화됐다.
실제 지난 2분기 국내 실질 국내총생산(GDP)는 1분기 대비 0.2% 떨어졌다. 분기 기준 마이너스(-) 성장은 2022년 4분기 이후 1년 6개월 만이다.
게다가 한은이 통화 긴축 목표로 삼았던 ‘2% 소비자물가 상승률’에도 도달하면서 금리 인하 결정에 힘을 보탰다.
9월 소비자물가지수는 114.65(2020년=100)로 지난해 동기 대비 1.6% 올라 2021년 3월(1.9%) 이후 3년 6개월 만의 1%대 상승률을 기록했다.
이날 금통위 기준금리 인하 결정에 따라 한국(3.25%)과 미국(4.75~5.00%) 간 금리 격차는 1.75%p로 벌어졌다.
금통위는 “국내 경제는 수출 증가세가 이어졌지만 내수 회복세는 아직 더디다”며 “고용은 취업자수 증가세가 점차 둔화되고 있지만 실업률은 낮은 수준을 지속하고 있으며, 앞으로 국내 경제는 완만한 성장세를 이어가겠지만 내수 회복이 지연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물가상승률이 뚜렷한 안정세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정부의 거시건전성정책 강화로 가계부채 증가세가 둔화되기 시작했으며 외환시장 리스크도 다소 완화된 만큼 통화정책의 긴축 정도를 소폭 축소하고 그 영향을 점검해 나가는 것이 적절하다고 판단했다”고 덧붙였다.
한편, 기준금리 인하에 대한 중소기업계는 환영의 입장을 밝혔다.
중기중앙회는 “최근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은 수출 실적 개선에도 불구하고 고금리와 고부채, 내수부진 장기화로 경영환경이 악화되고 있었다”면서 “금융통화위원회의 결정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또 “중소기업·소상공인 현장에서는 과거 기준금리 인하에도 불구하고 자금조달 비용 감소효과를 체감할 수 없다는 목소리가 거셌던 만큼 금융당국은 기준금리 인하가 시중은행의 중소기업대출 금리 인하와 자금공급 확대로 이어질 수 있도록 면밀하게 점검해 줄 것을 요청한다”고 덧붙였다.
더불어 “중소기업계도 그동안 고금리로 미뤄둔 투자를 확대하고 고용을 늘려 경제회복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