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수원 kt wiz가 올시즌 가을야구를 통해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줬다.
kt는 올해 선발 소형준이 지난해 5월에 받은 팔꿈치 인대 접합 수술 여파로 복귀가 불투명했고, 선발 자원 배제성(상무)과 마무리 투수 김재윤(삼성 라이온즈)이 각각 입대, 이적으로 전력에서 빠지며 전력이 약화됐지만, 여전히 탄탄한 전력을 유지했다.
윌리암 쿠에바스, 웨스 벤자민, 고영표, 엄상백 등 리그 정상급 선발 투수가 건재했고, 새 마무리 투수 박영현과 손동현, 이상동 등 믿음이 가는 불펜 투수들이 넘쳐났다.
게다가 공격에서도 2020시즌 타격 4관왕 멜 로하스 주니어가 타선에 재합류했고, 부상에 허덕이던 강백호도 건강하게 새 시즌을 준비했다.
그러나 kt는 시즌 초반 부상 악령에 시달렸다.
고영표가 팔꿈치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했고 벤자민과 엄상백이 어깨 통증을 호소하며 선발 로테이션이 붕괴됐다.
더불어 벤치 멤버로 밀린 중심 타자 박병호가 이적을 요청한 사실이 외부로 노출되면서 팀 분위기가 무너지면서 고전했다.
하지만 kt는 다시 일어섰다. 시즌 초반엔 강백호의 활용 범위를 넓히기 위해 포수 전향을 추진했고, 삼성에서 뛰던 오재일과 맞트레이드로 박병호를 보냈다.
부상 선수들이 차례로 복귀하자 kt는 페이스를 끌어올렸다.
지난 6월26일까지 최하위권에 머물렀던 kt는 6월27일부터 7월26일까지 치른 19경기에서 15승 1무 3패, 승률 0.833의 성적을 거두며 단숨에 단독 3위까지 치고 올라왔다. 당시 주변에선 ‘마법의 좀비 야구’가 다시 시작됐다며 찬사를 보내기도 했다.
kt는 2020년부터 지난해까지 빠짐없이 시즌 초반 최하위권에 머물다가 시즌 중반 이후 돌풍을 일으키며 포스트시즌에 진출했다.
하지만 올해 kt의 돌풍은 준플레이오프까지 였다. 치열한 상위권 싸움이 펼쳐진 9월 이후 외국인 투수 쿠에바스와 벤자민이 체력난에 시달리며 동력을 잃었고, 그 여파는 중간 계투진에 영향을 미쳤다.
마무리 박영현은 1~2점 차로 뒤진 경기에서도 등판하는 경우가 많았고 핵심 불펜 김민도 마찬가지였다. 올 시즌 박영현은 10승, 김민은 8승을 거뒀다.
그러나 kt는 2024시즌을 포기하지 않았다. 9월 이후 매 경기 총력전으로 맞서며 순위 싸움을 펼쳤고, 결국 정규시즌 마지막 3경기를 모두 승리로 장식하며 SSG 랜더스와 공동 5위에 올랐다.
본격적인 ‘마법 야구’는 5위 결정전(타이브레이커)부터 시작됐다. kt는 1일 수원케이티위즈파크에서 열린 SSG랜더스와 5위 결정전에서 극적인 역전승을 거두며 5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에 성공했다.
1-3으로 뒤지던 8회말 로하스가 경기를 뒤집는 좌월 3점 결승포를날려 4-3 승리를 거뒀다.
kt의 마법은 멈추지 않았다. 쿠에바스와 벤자민의 역투를 발판 삼아 두산 베어스와 와일드카드(WC) 결정 1, 2차전을 모두 승리하며 준플레이오프(준PO)에 진출한 것이다.
WC에서 5위 팀이 4위 팀을 잡고 준PO에 진출한 건 프로야구 역사상 처음이었다.
지난 5일 LG와 준PO 1차전에서도 기적의 야구는 계속됐다. 정규시즌 막판부터 불펜으로 나섰던 고영표가 깜짝 선발 등판해 4이닝을 1점으로 막아내는 역투를 펼치며 3-2로 승리했다.
선수단 체력 문제로 준PO 2, 3차전을 내준 kt는 벼랑 끝에서 펼쳐진 준PO 4차전에서 연장 11회 혈투 끝에 심우준의 끝내기 내야 안타로 승리하며 다시 살아났다.
그러나 모든 전력을 쏟아낸 kt는 더 버티지 못하고 준PO 5차전을 내주며 2024시즌을 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