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한강이 한국인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받은 가운데(10월11일자 1면 보도=소설가 한강, 한국 첫 노벨문학상), 지난해 경기도에서 대거 폐기됐던 성교육 도서 목록에 한강의 소설 ‘채식주의자’가 포함된 게 드러나면서 ‘성교육 도서 폐기 문제’가 다시금 주목받고 있다.
11일 강민정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경기도교육청에서 받은 ‘학교도서관 성교육 도서 폐기 현황’을 보면, 경기지역 초·중·고등학교에서 2022년 3월부터 지난해 2월까지 성교육 도서 총 2천528권이 폐기됐다. 이 중 성남의 한 고등학교가 한강의 ‘채식주의자’ 2권을 폐기했다.
이를 두고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한강 작가의 팬이라고 밝힌 작성자 A씨가 도교육청에 민원을 제기했다는 제목의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A씨는 “경기도교육청이 지난해 한강의 채식주의자를 포함해 2528권의 ‘청소년 유해 성교육 도서’라며 폐기한 사실이 재조명되고 있다”며 “경기도교육청은 채식주의자를 조속히 초중고 도서관에 다시 배치하고, 청소년 권장도서로 지정해달라”고 했다.
당시 도교육청은 ‘유해한 성교육 도서 선정 유의 안내’, ‘성교육 도서 처리 결과 도서 목록’ 등의 내용이 담긴 공문을 올해 2월까지 4차례에 걸쳐 각 학교에 보냈다. 그러나 명확한 유해도서의 목록이 아닌, 한 학부모단체가 “학교 도서관에 부적절한 성교육 도서를 폐기하라”며 연 기자회견을 다룬 기사를 참고하라고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학교 현장에서는 해당 단체가 임의로 정한 ‘청소년 유해 도서’ 목록을 참고해 성교육 도서를 폐기했는데,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을 계기로 소설 ‘채식주의자’가 함께 폐기된 사실이 드러나면서 도교육청이 유해도서 기준을 명확히 제시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럼에도 도교육청은 책 선정과 관리는 개별 학교의 자율적인 판단이라는 입장이다. 도교육청 관계자는 “사람들의 생각과 의견이 달라 참고 자료 이상으로 특정 책이 유해하다는 식의 기준을 교육청 차원에서 마련하기는 어렵다”며 “도서관 내 도서의 선정과 폐기는 각 학교의 자료선정위원회에서 자율적으로 판단하도록 하는 기조는 이어갈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