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를 생각하는 기념일 이었으면
사회통합·갈라치기… 원론적 논의
광역·기초자치단체 먼저 나설 수도
기왕에 경기도·도의회 물꼬 터주길
문화체육관광부가 주관하는 '문화의 날' 제정 이유를 보니, '대중들이 문화예술을 보다 깊이 있게 이해하고 방송·잡지·영화 등 문화 매체들을 쉽게 접할 수 있게 하기 위한 목적으로 제정되었다. 각종 문화예술을 홍보하고 주류의 문화를 비롯해 비주류의 문화도 대중에게 노출할 수 있게 하기 위한 기념일'이라고 하였다. 이날을 기념하기 위하여 각종 공연, 전시, 강연 등 문화예술 행사와 미술대전, 민속예술경연대회 등이 펼쳐지고 있다. 제정 당시 문화예술을 진흥하는 한편 대중들에게 예술문화의 향유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목적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매년 5월21일로 지정된 '문화다양성의 날'은 또 어떤 기념일일까 궁금하다. 2001년 유네스코 정기총회에서 '유네스코 문화다양성 선언'이 채택되었고 우리나라는 2014년 법령을 만들고 '문화다양성의 날'을 지정하였다. 그런데 2005년 유네스코 제33차 총회에서 '문화콘텐츠와 예술적 표현의 다양성 보호를 위한 협약' 때문이었는지 현재 우리나라 문화다양성에 대한 문체부의 시각은 예술의 다양성에 경도된 듯하다. 법률에 의거 문화다양성의 날부터 1주간을 문화다양성 주간으로 정하였지만, 이 기간 동안 각 지방자치단체와 지역 문화재단이 주관하여 축하공연, 포럼, 전시, 체험 등이 운영될뿐이기 때문이다. 문화도, 다양성도 보이지 않고 이주민을 앞세우고 들러리 세운 예술행사로 보인다. 물론 문화와 예술의 정의가 혼란스러운 점을 고려하더라도 기념일 제정의 목적과 실제 내용이 부합된다 생각하기 어렵다.
그런데 더하여 '문화다양성의 날'과 '세계인의 날'은 더욱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법무부는 2006년 '외국인의 날' 지정을 위한 포럼과 의견수렴, 설문 조사를 통하여 '세계인의 날'로 명칭을 정하였다고 한다. 당시에도 기념일은 '세계 문화 다양성의 날'(5월21일)이 적합한 것으로 조사되었으나 타 기념일(부부의 날)과 중복되어 2007년 5월20일로 정해졌다. 그리고 '세계인의 날'인 5월20일 기념일을 기준으로 1주일 동안을 '세계인 주간'으로 정하였다.
아무리 생각해도 '세계인의 날'과 '문화다양성의 날'은 여러 면에서 닮아있다. 법령에 따랐다는 점도, '문화다양성 주간'과 '세계인 주간'이 겹치는 점도 그렇다. 이는 매우 혼란스러울 뿐만 아니라 두 기념일을 각각의 행사로 진행한다면 예산 면에서도 낭비가 아닐 수 없다. 그간 폐지된 기념일을 보니 '귀의 날', '눈의 날'이 있었다. 이를 1973년 '보건의 날'로 통합하였다. '문화의 날'도 '방송의 날', '영화의 날', '잡지의 날'을 통합한 것이다. 귀도, 눈의 건강도 중요하고, 방송도 영화와 잡지도 중요하다. 그러나 이들 기념일을 통합한 것은 무엇하나 소중하지 않아서가 아닐 것이다.
'문화다양성의 날', '세계인의 날'은 무엇이 같고 다른가. '유엔 세계 이주민의 날'은 또 어떤가. 더하지도 덜하지도 말고 우리 사회 구성원 모두를 생각하는 기념이었으면 한다. 사회통합을 외치면서 갈라치기를 하는 것은 아닌지. 다름의 존중을 외치면서 절대주의적 문화관을 가진 것은 아닌지. 원론적인 논의의 물꼬를 트는 주체가 꼭 중앙정부여야만 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광역자치단체나 지방자치단체가 먼저 나설 수도 있지 않은가. 기왕이면 경기도, 경기도의회가 나서주었으면 한다.
/김구용국 경기도외국인복지센터장 협의회 회장·문학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