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채식주의자' 부커상 명성
아버지 '아제아제…' 집필 한승원

한국인으로서, 또 아시아 여성으로서 노벨문학상에 호명된 최초의 이름, '한강'. 소설가로서의 첫 시작은 필명 '한강현'이었다. 대학을 졸업한 뒤 잡지사 기자, 시인으로 활동하던 그는 지난 1994년 한 언론사의 신춘문예 소설 부문에 '붉은 닻'이 당선되며 이름을 알린다.
이듬해 발표한 '여수의 사랑'부터는 본명을 사용한다. 이후 '내 여자의 열매', '그대의 차가운 손', '검은 사슴', '바람이 분다 가라', '희랍어 시간' 등 여러 작품을 발표하며 이상문학상·황순원문학상 등을 수상, 한국 문단의 젊은 거장으로 자리매김하기 시작한다.
전 세계에 그의 이름이 더욱 진하게 각인된 건 2016년 '채식주의자'로 부커상을 받으면서다. 당시 심사위원으로부터 "압축적이고 정교하고 충격적인 소설이 아름다움과 공포의 기묘한 조화를 보여줬다"는 호평을 받았다.
부커상을 받으면서 한강은 노벨문학상 문턱에 더욱 가까워진다. 그간 수상자에 아시아 여성이 없었다는 점에서, 세계 유수의 문학상 트로피를 하나둘 세워가고 있던 한강을 눈여겨보기 시작한 것. 이후 2017년 '소년이 온다'로 이탈리아 말라파르테 문학상, 2018년 '채식주의자'로 스페인 산클레멘테 문학상의 영예를 얻었다.

소설가로서 발표하는 작품마다 화제를 낳은 한강. 그의 문학적 재능은 '문인 집안'으로 불리는 가족력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한강의 아버지는 '아제아제 바라아제', '초의', '달개비꽃 엄마' 등을 집필한 유명 원로 소설가 한승원(85)이다.
한승원은 1988년 '해변의 길손'으로 국내 문학상 중 권위 있는 상으로 손꼽히는 이상문학상을 수상했다. 한강 역시 2005년 '몽고반점'으로 해당 상을 받으며, '이상문학상 부녀 2대 수상'이라는 타이틀을 세웠다.
소설가 아버지와 소설가 딸은 문학적으로 서로의 버팀목이 되는 듯하다. 한승원은 딸의 작품에 대해 "어떤 때 한강이 쓴 문장을 보며 깜짝 놀라서 질투심이 동하기도 한다"며 애정을 숨기지 않았다.
한강은 아버지를 통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전쟁이 치열해서 날마다 죽음이 실려 나가고 그러는데 (노벨문학상 수상으로) 무슨 잔치를 하고 즐거울까"라며 수상 소감을 묵직하게 전하기도 했다.
/유혜연기자 pi@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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