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입식 대신 '데이터 마이닝' 필요한 시대" 교육의 본질 되묻는 교사들


'IB 국제 기구 개발 프로그램' 견해 공유
한국 고교 내신에서 상대 평가 문제 지적
생기부 작성 또한 교사 서술평가로 변질

"학교가 오롯이 학생 성장만 지원하도록
각종 수업 형태·역량평가 제도 변화 절실"

경기도교육청이 교육 본질 회복을 위한 미래 대학입시 개혁을 위해 IB(International Baccalaureate)교육 교사들과의 토론회를 개최했다.

도교육청은 지난 7일 안성 죽산중·고교에서 'IB학교 교사와의 열린 토론회'를 열고 대학입시 변화를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 의견을 나눴다. 이날 토론회에는 도교육청 관계자를 포함해 도내 학교에서 IB교육을 실시하고 있는 교사들이 참여해 IB프로그램과 국내 교육 전반에 대해 다양한 견해를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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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교육청이 지난 7일 안성 죽산중·고등학교에서 교육본질 회복을 위한 미래 대학입시 개혁 토론회의 일환으로 'IB학교 교사와의 열린 토론회'를 열고 있다. 2024.10.7 /김형욱기자 uk@kyeongin.com

IB는 비영리 교육재단인 국제 바칼로레아 기구에서 개발해 운영 중인 국제 인증 교육 프로그램이다. 주입식 교육과 달리 토론과 논술 등을 통해 창의력과 문제 해결 능력을 키우는 것이 IB교육의 특징이다.

도교육청은 IB프로그램 확산을 위해 현재 116개의 IB관심학교를 운영 중이며 32개교(초등학교 14개교, 중학교 12개교, 고등학교 6개교)를 IB후보학교로 신규 지정, 후보학교는 51개교로 확대됐다. 후보학교 중 일부는 IB 월드스쿨 인증을 준비하고 있다.

이처럼 도교육청은 IB교육 확산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토론회에 참여한 김근 성남외고 교사는 "처음에는 IB프로그램에 대해 회의적이었다"며 "하지만 학생의 성장은 물론이고 교사도 함께 성장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생겼다"고 IB교육에 대한 신뢰를 보였다.

고등학교 IB교육은 DP(Diploma Programme)로 운영된다. 학생들은 1학년 때 우리나라 국가교육과정에 따른 공통과목을 수강하고 2~3학년에는 진로선택과목으로 개설된 DP교과군을 수강한다. DP프로그램의 평가는 구술, 에세이, 보고서 등으로 진행되며 절대평가 방식이라 성적 부담에서 벗어나 주변의 학생들과 협력하는 수업이 가능하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점수 차이로 학생을 선발하는 것이 일반적이라 절대평가만으로 운영하는 것은 문제가 있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김근 교사는 "DP프로그램은 학생 개개인의 성장에 초점을 맞춰 절대평가로 운영한다"며 "그러나 단순히 IB프로그램을 따르는 것보다는 우리나라 현실에 적용해 다양한 평가 기회가 보장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IB교육에서 실시하고 있는 서술형·논술형 평가에 대한 언급도 있었다.

박혜정 용인삼계고 교사는 "서·논술형 평가가 학생들의 성장에 도움이 된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다"며 "그러나 학교 평가에 대한 신뢰도 문제로 학생 성장의 방향을 놓치고 있다. 이에 공신력 있는 외부 기관을 통해 학생의 평가에 대해 점검하고 보증을 하는 것도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이날 토론회 참여자들은 '교육의 본질은 무엇인가'에 대해 깊이 있는 이야기를 나눴다.

조제인 동탄국제고 교사는 "이제는 지식보다는 질문하고 통찰할 수 있는 능력들이 중요하고 그런 역량들을 키울 수 있는 교육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근 교사는 "IB에서 강조하고 있는 부분 중 하나가 배려하는 사람"이라며 "진정성 있는 봉사와 나눔을 실천할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은아 오산 원일중 교사는 "교사들이 아이들에게 생각할 기회를 주지 못했다"며 "교사 스스로도 무엇을 가르치고 우리 교과는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지에 대한 정체성 확립이 안 된 상황에서 지식을 전달하기에만 바빴다"고 했다.

나전훈 안성 죽산중·고 교사는 "우리는 아이들에게 교육하는데 무엇을 위해 하고 대학입시를 위해서 하는 것이 과연 교육의 본질이냐고 본다면 이건 아닌 것 같다"며 "교육의 본질에 관한 질문을 '급변하는 시대 속에서 교육의 비본질적인 것들을 얼마나 잘 바꿔서 아이들에게 본질적인 것을 더 추구할 수 있게끔 하느냐'는 식으로 수정해야 할 것 같다는 고민도 들었다"고 했다.

이용휘 남양주다산고 교사는 "흩어져 있는 정보들을 갖고만 있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나의 것으로 만들지, 이른바 '데이터마이닝'하는 능력이 좀 더 필요한 시대가 됐다고 생각한다"며 "결국 교육의 본질은 각종 정보를 내 삶에 어떻게 녹여내는지에 대한 방향으로 잡아야 한다고 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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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곡란초에서 경기도 내 초등교원을 대상으로 IB 프로그램을 적용한 수업을 공개하고 있다. /경기도교육청 제공

또 토론회에서는 학생 평가를 위해 작성하는 학교 생활기록부 작성이 본질을 벗어나고 있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조제인 교사는 "생활기록부 작성을 학생 평가가 아니라 어떻게 하면 우리 아이가 돋보일 수 있을까를 위해서만 작성하고 있다"며 "'우리 아이가 뛰어나고 창의적이다' 등 갖가지 용어들을 쓰는 것에 집착하게 되는데 교사의 서술 능력을 평가하려는 게 생활기록부 작성의 목적은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김성진 도교육청 진로직업교육과장은 "학교에서의 수업과 평가 변화가 절실한 상황"이라며 "이를 위해서는 학생의 역량을 평가할 수 있는 제도가 뒷받침돼야 한다. 한국의 교사들은 다른 나라와 비교해도 최고의 수준이며 그 능력이 학교 현장에서 학생의 성장 지원에 오롯이 발휘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김형욱기자 uk@kyeongin.com

※ 이 기사는 경기도교육청의 지원을 받아 취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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