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철근 가격 1t당 77만4천원
中 철강 소비 늘며 60만원대서 회복
업계, 재고자산 감소세 기조 유지

경기부양책을 내세운 중국 건설경기가 살아날 기미를 보이면서 인천에 공장을 둔 국내 철강업계도 반등 조짐을 보이고 있다.

14일 산업통상자원부 철강원자재 가격동향에 따르면 건설 원자재로 쓰이는 철근 가격은 지난달 기준 1t당 77만4천원으로 집계됐다.

지난 6월 67만9천원을 기록하며 3년6개월 만에 60만원대까지 하락했으나, 중국 내 철강 소비가 늘어나면서 가격도 오르기 시작했다.

철강의 원재료인 철광석 가격도 최근 들어 오름세다. 북중국 철광석 가격은 이날 기준 t당 106.15달러로 전월 가격(89.35달러)보다 18.8% 올랐고, 제철용 원료탄 역시 같은 기간 26.5% 오른 224달러를 기록했다.

제품과 원재료 가격이 모두 상승세를 탄 배경에는 중국 정부의 경기부양책이 있다. 중국 정부는 지난달 24일 1조위안(190조원) 규모의 유동성 공급 방안을 발표한 데 이어 이달 초에는 2천억위안(38조원)의 재정을 추가 투입하는 방안을 내놓았다. 중국 내 상업은행의 지급준비율을 0.5%p 낮추는 등 은행이 의무 보유해야 하는 예금 규모를 줄여 시중에 유통되는 자금을 늘리기 위한 대책이다.

경기 침체로 인한 재고 적체와 중국산 철강의 저가 공세로 어려움을 겪었던 국내 철강업계도 중국의 경기부양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 인천공장 보수를 진행하면서 가동률을 낮춘 현대제철은 재고자산을 1분기 6조4천687억원에서 2분기 6조2천793억원으로 줄였고, 3분기에도 재고자산 감소세를 유지한다는 방침이다.

인천공장의 주간 조업을 중단하고 산업용 전기료가 싼 야간 조업에 집중한 동국제강도 같은 기간 재고자산을 6천44억원에서 4천897억원으로 19%가량 줄였다. 재고가 쌓이면 철강제품의 가격이 낮아져 수익성 악화가 불가피하기에 감산 기조를 유지하며 가격 방어에 나선 것이다.

현대제철은 지난달 H형강(건축용 기둥 등에 쓰이는 철강제품) 가격을 소폭 인상했고, 이달에는 열연강판 출하가격을 5만원 올렸다. 동국제강도 H형강 가격을 이달부터 3만원 올려 판매하는 등 가격 인상 대열에 합류했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수익성을 개선하기 위해 정상 가격 수준으로 회복하기 위한 인상"이라며 "중국 시장이 회복세를 보일지는 아직 확신하기 어렵다"고 했다.

국내 철강업계의 수익성 회복은 내년부터 본격화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대신증권 이태환 연구원은 "봉형강 판매가 최근 10년 사이 최저 수준을 기록하는 등 판매량 부진에 따른 고정비 부담으로 올해 안에 수익성이 개선되는 것은 제한적"이라며 "다만 중국 시장의 철근 주문 가격이 상승하는 등 내년 반등에 긍정적 요소들이 있다"고 했다.

/한달수기자 dal@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