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시설 예정지 송유관 기름 유출
발암물질 TPH 기준치 1.5배 초과
허종식 의원 "태양광 등 검토" 주장
한국전력공사가 백령도 전력 수요 확대에 맞춰 발전 시설 증설을 추진 중인 가운데 시설 예정 부지에서 기준치를 초과한 오염토가 발견됐다.
2029년 백령공항 개항 등에 대비한 백령도 내 재생에너지 공급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4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허종식(민·인천 동구미추홀구갑) 의원이 확보한 자료에 따르면 한전이 지난 2021년 매입한 백령면 남포리 1492의1 땅에서 3천601㎎/㎏의 석유계총탄화수소(TPH)가 검출됐다. 발암물질인 TPH의 기준치(2천㎎/㎏)를 1.5배 이상 초과한 수치다.
오염토가 발견된 곳은 현재 한전이 한국전력전우회 자회사를 통해 운영 중인 백령발전소 바로 옆 땅이다. 백령발전소는 등유를 쓰는 디젤발전기 8기(15㎿)를 운용 중이다. 발전 시설이 노후화됐고 백령공항 개항에 따른 전력 수요 증가에 대비해 증설이 필요한 상황이다.
한전은 지난 2021년 12월부터 증설 사업을 추진, 디젤·액화천연가스(LNG) 연료를 모두 쓸 수 있는 발전설비 3기(12㎿)를 추가 설치하기로 했다.
하지만 발전 시설 증설 부지에서 오염토가 나오면서 사업이 늦어지고 있다. 낡은 송유관에서 기름이 유출돼 349㎥ 토양이 오염된 것으로 나타났다.
한전은 오염토 정화와 함께 폐송유관 철거 공사를 이달 말 실시하고 오는 2027년 2월까지 증설 사업을 마치겠다는 계획이다.
1996년 건설된 백령발전소의 기름 유출 사고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12년 11월 첫 기름 유출이 발생했고, 2018년 10월, 2020년 10월, 2021년 7월 같은 문제가 반복됐다.
증설 예정인 신규 발전 시설은 LNG 연료도 사용이 가능하지만 섬지역 가스 공급이 어려워 등유를 원료로 사용할 가능성이 높다.
허 의원은 재생에너지를 통한 섬지역 전력 생산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육지에서 백령도로 기름을 실어나르는 방식으로 발전소를 운영하는 것에 의구심이 든다"며 "백령도에 태양광, 풍력발전 등 재생에너지 도입을 검토해야 한다"고 했다.
김동철 한국전력사장은 "향후 발전 설비 증설 용량에 대해 재생에너지 설치를 적극 검토할 것"이라고 했다.
/조경욱기자 imjay@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