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단·한복 등 90여개 간판 줄지어
골목 내 가게주인 평균나이 70대
혼인 감소·예단 간소화 영향 침체

재정비촉진지구 추진 번번이 무산


인천 송현동 혼수특화거리
14일 혼인율 감소와 구도심 상권의 낙후 등으로 손님들의 발길이 끊긴 인천시 동구 송현동 중앙시장 혼수특화거리가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2024.10.14 /김용국기자 yong@kyeongin.com

인천 구도심인 동구 송현동의 한 골목엔 '혼수', '예단', '한복' 등이 적힌 낡은 간판이 줄지어 있다. 혼수용품을 판매하는 점포 90여개가 모여 있는 '중앙시장 혼수특화거리'다. 1980~90년대 예비부부 등 손님들로 북적이며 번성했던 이 거리는 2000년대부터 내리막길을 걸었다.

'혼인 감소, 인구 고령화, 낙후한 구도심 상권' 등은 이 거리에 손님들의 발길이 뜸해진 이유로 꼽힌다. 마치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문제들의 축소판처럼 보인다.

지난 8일 오후 2시께 중앙시장 혼수특화거리에서 만난 커튼 가게 주인 박명호(84)씨는 최근 폐업계획서를 세무서에 제출했다고 말했다. "이 자리에서 50년간 장사를 했어요. 어떻게든 남아서 상권을 살리는 데 힘을 보태고 싶었지만, 이제는 정말 역부족이라고 생각합니다."

■ 결혼은 줄고, 혼수문화는 간소화하고…


인천지역 혼인 건수는 1997년 2만528건이었으나 지난해엔 절반 수준인 1만1천621건(통계청 집계)에 불과했다.

"70년대에는 골목마다 결혼을 앞둔 손님들이 많이 찾아와서 우스갯소리로 '소매치기를 당해도 모른다'는 말이 있었어요." 한 이불 가게를 지키고 있던 어르신은 "명절 전후로 침구를 사러 오는 가족이나 예비부부가 많았지만, 이제는 명절 특수에도 손님이 전혀 없다"고 했다.

혼수나 예단을 생략하는 예비부부가 늘어난 것도 이 시장 골목의 침체를 불러왔다. → 그래프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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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복 장사를 하던 동료들 중에는 벌써 이곳을 떠나 요양보호사가 되기도 했어요." 35년째 한복제작·대여점 '민속한복'을 운영하고 있는 장효순(70)씨는 "요즘은 예식장에서 한복까지 대여해주는 패키지가 나와 여길 찾는 이들이 적어졌다"고 했다.

■ 고령의 상인들, 그리고 낙후한 골목


중앙시장 상인번영회 한 관계자는 "혼수특화거리 상인들의 평균 나이가 70대"라며 "30~40대부터 수십년간 이곳을 지킨 분들"이라고 말했다.

인천 지역 고령(65세 이상) 인구 비중은 점차 높아져 지난해엔 16.6%에 달했다. 고령인구 비율이 14% 이상을 일컫는 '고령사회'로 접어들었다. 혼수특화거리가 있는 동구는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 대비 26%에 달해 '초고령화사회'(고령인구 비율 20% 이상)에 진입했다.

그동안 낙후한 혼수특화거리 일대를 활성화하기 위한 노력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인천시는 2007년 재정비촉진지구로 지정했으나, 사업 추진이 무산됐다.

2020년엔 이 지역 일대가 '동인천역 2030 역전 프로젝트(도시재생 뉴딜사업)' 대상지로 선정돼 공영주차장 확충과 하수관 정비 등이 추진됐다가 중단됐다. 결국, 지난 8월 인천시가 재정비촉진지구 지정을 해제하기에 이르렀다.

고령의 상인들은 상권 회복을 위한 해답을 찾지 못한 채 그저 재개발이라도 이뤄지기를 바라고 있다. 50년째 침구 가게 '복음누비'를 운영 중인 김연태(84)씨는 "비가 오면 물이 새는 일이 다반사"라며 "재개발만을 기다리는 중"이라고 했다.

 

인천 송현동 혼수특화거리
14일 혼인율 감소와 구도심 상권의 낙후 등으로 손님들의 발길이 끊긴 인천시 동구 송현동 중앙시장 혼수특화거리가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2024.10.14 /김용국기자 yong@kyeongin.com


■ 혼수특화거리 미래는?


중·동구 일대 구도심 개발 프로젝트인 인천시의 '제물포 르네상스' 사업과 연계해 이 일대 상권을 활성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인천 동구의회 원태근(국힘·나선거구) 의원은 "혼수특화거리는 한복이나 예단 이불 등 우리의 옛 문화가 서려 있는 거리"라며 "제물포 르네상스 사업 시행 전까지 서울 동묘처럼 전통 거리를 조성해 유동인구를 확보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상인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건 생계가 달린 중앙시장의 미래다. 인천시 제물포르네상스개발과 관계자는 "연말까지 동인천역 일대 개발을 위한 구역 지정과 사업 계획을 수립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정운기자·송윤지수습기자 jw33@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