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향심을 문화 자양분으로… 척박한 지역예술에 손 내밀것"
25일 발기인대회로 설립 본격화
메세나 문화 지역차원 확대 목표
독립성 바탕… 지속성 보장 강조
투자형으로 작가-기업 윈윈 기대
"애향심이 지역 문화예술의 자양분이 되는 문화를 만들고 싶습니다."
인천메세나협회 설립을 주도하고 있는 문인화가 봄날 이상연 작가(10월 11일자 7면 보도='콜라보 기부' 봄날 이상연 작가 "인천 사랑, 메세나협회로 완성")는 지난 14일 경인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포부를 밝혔다.
인천메세나협회는 오는 25일 봄날 갤러리&아트스페이스(인천 중구 신포로 44)에서 열리는 발기인대회를 통해 본격적인 설립 절차를 밟는다. 지난달 '인천메세나협회' 상표 출원도 마쳤다.
'메세나'(Mecenat)는 기업이 문화예술을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사회 공헌 활동을 뜻한다. 그 유래는 고대 로마 시대로 거슬러 올라가며, 르네상스의 꽃을 피운 이탈리아 피렌체의 메디치 가문이 가장 유명한 사례다.
전국 17개 시도 가운데 절반 이상의 지역에서 메세나협회를 운영하고 있으나, 그동안 인천에서는 논의만 있었을 뿐 현실화하진 않았다.
이상연 작가는 "인천에서는 예술인들의 삶이 여전히 척박하다"며 "안타깝게도 인천 기업인들 중에선 '메세나'라는 단어조차 모르는 경우가 많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동안 개인적으로 활동하며 시도한 메세나 문화를 지역 차원으로 확대하고자 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 작가는 2019년 '인천 사랑 콜라보 기부 전시' 시즌1을 개최한 이후 2021년 시즌2, 올해 시즌3를 이어갔다. 인천의 기업 또는 주요 인사의 애향심을 담을 글귀를 해바라기 작품에 담는 방식으로 협업하고, 작품을 판매한 수익을 전액 기부하는 전시였다.
이 작가가 인천에서 메세나를 본격적으로 실험한 전시는 2022년 인천미술협회가 주최한 '2022 아트페어 인천코리아아트페스티벌'이었다. 이 작가는 당시 지역 33개 기업과 작가 33명을 매칭해 부스 비용(전시 비용)을 지원하게 했으며, 이례적인 방식이었다는 평가도 받았다.
이 작가는 "그동안 저의 활동에 주목해준 지역 사람들이 지난 6월 '인천 사랑 콜라보 기부 전시' 시즌3이 끝난 후 인천도 메세나협회를 만들어보자고 제안했다"며 "저와 뜻을 함께하는 분들이 협회 설립을 추진하게 된 것"이라고 했다.
인천메세나협회는 우선 청년 예술인 지원을 중심으로 사업을 추진한다는 구상이다. 생활이 어려운 작가들도 적극적으로 돕겠다고 한다. 자선 전시회, 자선 음악회 등 기업과 작가가 만날 수 있는 자리도 마련할 계획이다. 벌써 많은 기업이 참여 의사를 밝히고 있다고 한다.
타 지역에서는 관(官)이 주도하는 메세나협회도 있는데, 인천메세나협회는 온전히 민간 중심이어야 한다는 게 이상연 작가 생각이다. 이 작가는 "독립성과 확산성이 바탕이 돼야 그 지속성이 보장될 것"이라며 "무엇보다도 애향심을 중심으로 기업과 사람이 모여야 20~30년 지속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곧 개관할 봄날 갤러리&아트스페이스는 평소 만나기 어려운 기업인과 작가가 자연스럽게 만나 대화를 나눌 수 있는 메세나 거점 공간으로 운영하기로 했다. 이 작가는 "작가와 기업을 1대 1로 매칭하는 것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작품이 팔리면 매칭 기업에도 일정 부분 수익이 돌아가는 시스템을 구축하려 한다"며 "투자형 지역 메세나로 작가와 기업이 윈윈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박경호기자 pkhh@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