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집단지성에 대한 회의감 들어
인간심리의 경종 울리는 '복종실험'
대부분 환경·상황 지배력 따라 결정
집단이 똑똑한 개인보다 못할 수도
경각심 잊지 않게 개인의 노력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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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명규 전북대 석좌교수
'어리석은 집단 지성'이라는 말 자체가 이미 모순이라는 것을 독자들은 금방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어떻게 이미 지성을 갖추고 있는 집단이 어리석을 수 있을까? 이는 너무나 당연한 질문이다. 그러나 요즘 사회가 돌아가는 모습과 사람들의 생각을 가만히 들어보고 있자면 과연 집단 지성이라는 것이 있기는 한 것인가에 대한 회의가 든다.

그러나 우리는 언제나 인간사에 대한 해답을 갖고 있기 때문에 오늘도 이러한 일들이 왜 일어나고 있는지에 대해 분석해보고자 한다.

1960년대를 전후로 심리학에서는 굉장히 다양한 실험이 이루어졌으며, 특히 사회에서 나타나는 다양한 현상을 이해하고자 하는 사회심리학 분야에서 의미 있는 실험들이 이루어지곤 했다. 그 중 밀그램(Milgram)의 '복종실험'은 인간의 심리에 대해 경종을 울리는 유명한 실험이다.

이 실험에서 참가자들은 평범한 사람들이었으며 실험자는 이 실험은 학습에 대한 처벌의 효과를 알아보기 위한 실험이라고 실험의 목적을 거짓으로 설명한다. 그 후에 참가자들로 하여금 옆방에 있는 사람(실제로 참가자가 있는 방에서 옆방의 사람 모습이 보이지는 않고 고통에 대한 소리만 들림)이 문제를 틀릴 때마다 전기충격을 0에서 450볼트까지 버튼을 눌러서 줄 수 있도록 한다.

실제 이 실험은 상대방의 말에 참가자들이 얼마나 복종하는가를 알아보는 실험이지만 진짜 실험의 목적은 감추고 실시한다. 옆방의 사람이 문제를 틀릴 때마다 실험자는 참가자에게 전기 충격을 가하도록 명령하는데, 300볼트가 넘어가면 옆방의 사람은 마치 죽은 듯이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는다. 물론, 옆방에 실제로 전기충격은 전혀 가해지지 않는다.

이 실험의 결과는 어땠을 것인가? 과연 참가자들은 실험자가 시키는 대로 어디까지 전기충격을 가했을까? 결과는 참담했다. 연구 가설을 세울 때만 하더라도 매우 극소수의 사람들만이 450볼트까지 전기 충격을 줄 것이라 생각했으나 실제로는 절반 이상의 평범한 사람들이 최고 수준까지 전기충격을 명령에 따라서 버튼을 눌러 고통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옆방의 사람의 생명이 위험할 수 있다는 것을 알고서도 이들은 자발적으로 멈추지 못하고 명령에 복종했던 것이다.

놀랍지 않은가? 이들은 왜 이러한 결정을 내리게 된 것일까? 이것이 바로 환경 혹은 상황의 지배력이다. 이들이 개별 개체로 삶을 살아갈 때는 사회적 바람직성과 옳고 그름에 대한 판단을 스스로 내리고 자율적 존재로 인정받으려 하지만, 지금처럼 복종의 수직적 관계에 처할수록 그리고 그 명령을 내리는 사람이 물리적으로 가까이 있고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수록 이러한 말도 안되는 복종이 나타나는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이렇게 실험에 참가하는 것처럼 여러 참가자들 중 자신은 한 명일 것이라 생각하는 것으로 자신에게 결과의 책임이 있는 것이 아니라 명령을 내린 그 누군가가 책임을 지게 될 것이라는 막연한 책임 회피가 나타나기 때문이다. 이러한 실험은 결국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가?

대부분의 인간은 환경에 지배당할 수 있고 이러한 환경의 압박이 직접적이고 강도가 심할수록 그럴 확률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함부로 조직 안에서 일어나는 어처구니 없는 일들에 대해서 "나라면 절대로 안 그랬을텐데…" 라고 말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저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인간의 심리적 나약함에 대해 인지하고 있는 동시에 집단 지성이 때로는 똑똑한 개인 보다 못할 수 있다는 것에 대한 경각심을 잊지 않도록 노력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를 위해서는 각 개인의 노력과 수행이 필요한 것이다.

자, 여러분도 지금 혹시 실험실에서 버튼을 누르고 있지는 않습니까?

/정명규 전북대 석좌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