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각은 인간 감정 등과 밀접
부침개 냄새로 엄마 떠올리기도
미각과 상호작용 통해 기억으로
3가지 서로 연결… 풍부한 경험 도움
삶 이해하는 또다른 열쇠 될 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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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안백 前 평택미리내병원장
흔히 우리는 시각, 청각, 후각, 미각, 촉각을 오감이라고 한다. 그중에서 후각을 제외한 나머지 감각들은 시상(thalamus)이라는 중간 과정을 거쳐 대뇌의 각 전문 영역으로 전달되지만, 후각은 코에서 시작해서 직접적으로 뇌의 감정과 기억을 처리하는 편도체(Amygdala)와 해마(Hippocampus)로 연결된다.

그래서 후각은 인간의 감정과 기억에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는 감각이다. 그런 연유로 특정한 냄새는 과거의 경험이나 감정을 즉각적으로 떠올리게 한다.

아내는 방아잎 냄새를 맡으면 돌아가신 엄마를 생각한다. 그 이유는 대학 시절 고향집에 내려갈 때마다 도착 시간에 맞추어 방아잎 부침개를 해주셨던 기억 때문이다.

그리고 후각은 감정 상태와도 연결되어 갓난아이에서 나는 파우더 냄새가 행복한 감정을 불러온다. 후각이 뇌와 직접적으로 연결되어 있기에 다른 감각보다 상대적으로 빠른 반응을 보이는데, 연기 냄새를 맡으면 즉각적으로 화재의 위험을 인식할 수 있는 경우가 이에 해당한다.

더욱이 후각 수용체의 다양성 덕분에 우리가 코로 구별할 수 있는 냄새는 수천만 가지나 된다. 물론 후각 기능의 개인차가 있지만 바로 그런 점 때문에 수많은 종류의 포도주를 구별하고 안내하는 '소믈리에'라는 직업이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많은 능력을 보이는 후각이 사실 다른 감각보다 가장 빨리 마비된다는 점도 그 특징 중 하나다. 횟집에 막 도착했을 때 비린내가 심하지만 5분도 지나지 않아서 아무렇지도 않게 되는 것이 바로 그 증거다.

그리고 미각과 후각은 서로 밀접하게 연결되어 상호 작용하는데, 특히 후각을 잃으면 미각에 많은 영향을 미쳐 제대로 된 맛을 느끼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주변에서 혹시 요리에 나름 시간과 정성을 쏟는데도 일명 '똥손'이라고 생각되는 사람은 후각에 이상이 없는지 한 번쯤 검사해 볼 필요도 있다.

맛에 대한 기억 자체가 후각과 연결된 경우가 많고, 우리는 냄새에 대한 기억이 우선 떠오른다. 우리가 알고 있는 다양한 맛에 대한 기억은 다양한 냄새에 대한 기억이 다양한 맛으로 변형되어 나타난 것일 수 있다. 왜냐하면 우리의 미각은 단맛, 신맛, 쓴맛, 짠맛을 느낄 수 있으며, 매운맛은 맛이라기보다는 우리의 혀가 느끼는 고통이다.

사실 '제5의 맛'이라고 알려진 감칠맛을 일으키는 물질은 1908년 이케다 기쿠나에라는 일본 화학자가 발견하여 1909년 특허를 낸, 흔히 우리가 MSG라고 알고 있는 글루탐산나트륨이다. 그런데 감칠맛이 다른 맛과 구별되는 새로운 맛이라는 증거는 오랜 시간이 지난 1997년이 되어서야 로퍼(S. Roper)와 차우다리(N. Chaudhari) 부부가 MSG를 구별해내는 세포를 발견함으로써 증명되었다.

사실 감칠맛이 자체로는 별다른 맛이 없는 밍밍한 맛이다. 하지만 그런 MSG의 감칠맛이 단맛, 쓴맛, 신맛, 짠맛과 어우러지면서 극강의 맛을 내게 된다. 우리가 주변에서 "그 사람은 정말 조미료 같은 존재야"라고 했을 때, 그 말은 자체로는 존재감이 확실하지 않더라도 주연 옆에서 주연을 빛내주는 조연이라는 의미에서 적확한 표현이다.

이렇듯 후각과 미각 그리고 기억은 서로 밀접하게 연결되어 우리의 경험을 풍부하고 의미 있게 만든다. 그리고 그것이 상호 관계를 잘 이해하고 우리의 삶을 이해하는 또 다른 열쇠가 될 수 있다. 참! 우리가 치매에 걸리면 후각 기능을 포함한 다양한 감각 기능이 저하된다. 하지만 후각과 밀접하게 관련된 기억은 치매 환자에서 조차도 다른 기억과 달리 오랫동안 남아있다. 이 또한 후각이 지닌 또 다른 아이러니(Irony)가 아닐 수 없다.

/이안백 前 평택미리내병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