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에 내재된 속물·순정·허위 등 조망"
■ 시티-뷰┃우신영 지음. 다산책방 펴냄. 276쪽. 1만7천원
송도라는 장소는 배경을 넘어 그 자체로 소설의 상징적 주인공이라 할 수 있다.
송도에 사는 40대 상류층 부부인 필라테스 센터 원장 수미와 내과 의사 석진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간다. 수미는 발레리나 출신으로 육체를 비롯해 모든 면에서 완벽을 추구하고, 남들에게 완벽해 보이길 원한다.
반면 대형 병원 내시경 전문 의사로 근무하다 처가의 도움으로 송도에 병원을 차린 석진은 무던하고 무료한 사람으로 묘사된다. 덕적도 식당 아들인 석진은 고향에서 벗어나고자 수미와 결혼한 것으로 보인다. 완벽을 유지하고자 분주한 수미는 적당히 눈치만 보며 무료하게 사는 석진이 못마땅하다.
이들 부부의 일상에 수미의 퍼스널 트레이너이자 어린 내연남 주니, 스스로 면도날을 삼키고 석진의 병원을 찾은 조선족 여성 유화가 들어와 얽히면서 이야기를 끌고 간다.
갯벌을 메워 마천루를 세운 도시 송도가 곧 이 소설의 주제다. "송도 신도시에 편의점보다 많이 개업하고, 카페보다 많이 폐업한다는"(14쪽) 필라테스 센터, 초고층 오크우드호텔에 들어선 병원들, 펫샵, 국제학교, 입주형 가사도우미 등 '서울 강남과는 결이 다르다'는 송도의 상류층과 상류층 학부모들의 일상이 도시를 메운 욕망을 드러낸다.
소설에서 등장하는 송도 이외의 장소는 송도의 주변부로, 계층을 상징하는 장소다. 송도의 트레이닝센터에서 VIP 고객의 트레이닝을 담당하면서 정작 자신은 '선학동 원룸'에서 지내는 주니, '남동공단 요거트 공장' 기숙사에서 사는 유화는 송도신도시 사람들의 욕망을 채우는 과정에서 '활용'되는 노동자들이기도 하다. 송도 갯벌을 메꾼 모래의 일부는 석진의 고향 덕적도 앞바다에서 채취된 것이기도 하다.
제14회 혼불문학상 심사위원을 맡은 소설가 편혜영은 "우리 삶에 내재된 속물과 순정, 허위와 진심을 조망해내는 '송도'는 어떤 인물보다 입체적이고 유기적"이라며 "이 소설을 통해 '송도'라는 공간은 한국 소설의 새로운 장소로 명명될 것"이라고 추천평을 썼다.
우신영 작가는 송도에 캠퍼스가 있는 인천대학교 교수로 재직하다 지난 2월 사표를 내고 '시티-뷰'를 썼다. 작가는 어느 날 출근하다 번쩍이는 송도의 고층 유리빌딩에 위태롭게 매달려 유리창을 닦는 노동자와 그 옆 건물에 새로 생긴 실내 클라이밍장 홍보 현수막을 보고 든 생각으로 이 소설을 시작했다고 한다.
/박경호기자 pkhh@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