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2인 저서

같은 뿌리임에도 번영·빈곤 차이 '주목'
'성과에 대한 인센티브' 경제 효용 밝혀
향후 제시할 '국제정세 해석·해답' 관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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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노벨 경제학상의 영예는 국가 간 불평등 연구에 기여한 다론 아제모을루(57), 사이먼 존슨(61), 제임스 A. 로빈슨(64) 등 3인에게 돌아갔다. /연합뉴스

■ 국가는 왜 실패하는가┃대런 애쓰모글루, 제임스 A 로빈슨 지음. 시공사 펴냄. 704쪽. 2만8천원


국가는 왜 실패하는가
동일한 동아시아 대륙에 있으며, 똑같은 인종으로 구성된 두 나라. 사용하는 언어도 같다. 하지만 경제력은 천지 차이다. 가장 극명한 예시는 남한과 북한이다. 두 나라를 보다 보면 가장 근본적인 의문이 머릿속에 떠오른다. '왜 가난한 나라와 부유한 나라가 존재할까'.

올해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3인은 이런 의문을 품고 오랜 기간 국제정치경제학 연구에 골몰해온 미국 학자들이다. 그 주인공은 다론 아제모을루(대런 애쓰모글루), 사이먼 존슨 미국 메사추세츠공대(MIT) 교수, 제임스 A. 로빈슨 미국 시카고대 교수다. 이들은 국가의 성패를 가르는 핵심 요소는 정치·사회 '제도'에 있다고 본다.

'국가는 왜 실패하는가'는 이런 연구 내용을 비교적 쉽게 풀어 대중적으로 전하는 책이다. 수상자 중 애쓰모글루와 로빈슨이 공동 집필했다. 오늘날 국가별로 두드러지는 번영과 빈곤의 기원이 어딘지를 여러 논거를 제시하며 설명한다. 15년간의 연구를 바탕으로 로마제국, 마야 도시국가, 중세 베네치아, 구소련, 한반도, 잉글랜드, 미국 등에서 발견한 주요 사례를 토대로 '제도'의 중요성을 설파한다.

이들은 국가의 빈부격차 원인을 연구한 앞선 학자들의 주장을 반박하며 시작한다. 학계의 한편에서는 '지리적 요인'이 국가의 흥망성쇠를 나누는 결정적인 요인이라고 보기도 한다. 스테디셀러 '총 균 쇠'의 저자 제러드 다이아몬드가 대표적인 학자인데, 애쓰모글루와 로빈슨은 다이아몬드의 '환경 자원의 차이가 결과적으로 농업 생산성에 영향을 주었다'는 주장을 정면 반박한다.

저자들은 아메리카 대륙을 근거로 사용한다. 오래전만 해도 멕시코 중심부 지역이 북아메리카보다 월등한 생활 수준을 자랑했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지리적 위치는 변함이 없지만, 유럽의 식민통치자들이 강요한 제도가 '운명의 반전'을 야기한 것"이라고 지적한다.

그렇다면 세계 불평등을 해석할 더 설득력 있는 새로운 이론은 무엇일까. 이들은 '포용적 제도'와 '착취적 제도'라는 개념을 제시한다. 포용적 제도란 사유재산의 보장, 공정한 경쟁의 장, 성과에 대한 인센티브 등이 담긴 경제 제도를 의미한다. 반면 착취적 제도는 소수의 집단에 부와 권력이 집중된 사회로, 경제활동을 자극할만한 인센티브를 만들지 못하는 한계를 지니고 있다.

두 노벨경제학상 수상자들이 앞서 남한과 북한에 주목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지리적 위치는 동일하지만 어떤 정치·경제 체제를 택했느냐에 따라 국가의 경제 성장이 극명하게 대비되기 때문이다. "1990년대 후반까지 남한은 성장을 계속하고 북한은 답보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하면서 겨우 반세기 만에 하나의 뿌리에서 갈라져 나온 두 나라의 소득 격차는 열 배까지 벌어졌다. … 그 해답은 '제도'에서 찾아야 한다."

책을 읽다 보면 고개가 끄덕여지지만 다만, 한 가지 의문은 든다. 착취적 제도가 여전히 남아 있는 경제 대국 중국은 이들의 이론으로는 단번에 설명되지 않기 때문. 두 저자는 책의 마지막 챕터에서 중국이 마오쩌둥에서 덩샤오핑 체제, 이른바 개혁·개방의 시대로 넘어가던 때를 짚으며 중국이 착취적 제도를 개선해 나간 점까지만 이야기한다.

책이 국내에 출간된 건 12년 전인 지난 2012년. 노벨경제학상으로 국가 간의 빈부격차가 새삼 주목받는 현재, 이들이 지금의 국제 정치경제 상황을 어떻게 해석하고 어떤 해답을 제시할지 앞으로의 행보를 눈여겨보게 한다.

/유혜연기자 pi@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