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사수' 치열한 이유
경기 공공도서관 통계 6년치 분석
인구 상위 5개 지자체중 예산 꼴찌
도서관 최다 불구 자료 마련 제약
"813.6-한12ㅊ(청구기호) 대출불가 [예약중]."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 여파로 도서관을 찾는 시민이 증가하는 가운데, 경기도 내에서 가장 많은 수의 공공도서관을 운영하는 수원시의 도서 구입 예산이 인구수 상위 5개 지자체 중 가장 낮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17일 경인일보가 '경기도 공공도서관 통계'의 6년치(2018~2023)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수원시는 이중 유일하게 코로나19 이후에도 자료구입비 예산을 유의미하게 회복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아울러 해당 예산의 낙폭이 가장 심해 6년 새 9억2천만원가량이 줄기도 했다. → 그래프 참조
수원시가 도내에서 가장 많은 공공도서관(수원 25개소·용인 20개소·고양 21개소·화성 19개소·성남 17개소 등)을 운영하고 있지만, 정작 도서관 운영의 핵심인 자료구입비 예산은 소극적으로 편성해온 것이다.
지난해 기준 도내 인구수 상위 5개 지자체 중 자료구입비에 가장 많은 예산을 책정한 지자체는 용인시로, 30억3천만원이었다. 이어 고양시 22억4천만원, 성남시 21억원, 화성시 18억8천만원, 수원시 14억5천만원 순이었다.
수원시 도서관 사업소 관계자는 시의 예산 삭감 기조가 도서관 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사업에 있다고 설명하며, "2024년 자료구입비 예산도 지난해와 비슷해 동결 수준"이라고 전했다.
인구수 대비 자료구입비가 현저히 낮다보니, 도서관이 신간 도서·시청각 자료·전자 저널 등을 충분히 마련하는 데 제약이 있을 수밖에 없다.
후폭풍은 최근의 '한강 신드롬'을 만나며 가장 단적으로 표출됐다. 한강의 대표작이자 지난 2016년 부커상을 수상한 스테디셀러 '채식주의자'로 앞선 다섯 지자체의 보유량(번역서 포함)을 계산하면 격차가 극명하게 보인다.
'채식주의자' 보유량은 도내 인구수 2위인 용인이 1위인 수원을 78%가량 높은 수치로 역전했다. 이날 기준 용인시 109권·성남시 76권·고양시 63권·수원시 61권·화성시 55권이었다. 한 사람당 14일인 대출기간을 고려해 단순 계산하면, 1년을 기준으로 용인시민 2천834명·성남시민 1천976명·고양시민 1천638명·수원시민 1천586명·화성시민 1천430명만이 '채식주의자'를 대출할 수 있다.
이는 각각 해당 지자체 인구수의 0.13%(수원), 0.14%(화성), 0.15%(고양), 0.21%(성남), 0.26%(용인)이다. 도내 도서관, 특히 가장 많은 인구가 거주하는 수원시의 관내 도서관에서 한강 책의 예약 전쟁이 치열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한편 예산 삭감 기조 여파는 도서관 누적 이용자 수와 대출권 수에서도 엿볼 수 있었으며, '책 많이 읽는 도시' 타이틀은 용인시가 차지했다. 수원시가 용인시보다 도서관 수는 물론, 인구가 11만명가량 더 많은 상황을 고려하면 고무적인 수치다.
지난해 연간 누적 이용자 수는 순서대로 용인시 629만명, 성남시 605만명, 고양시 604만명, 수원시 472만명, 화성시 260만명이었다. 대출 도서 수는 차례대로 용인시 602만권, 성남시 433만권, 화성시 386만권, 고양시 369만권, 수원시 358만권이었다.
/유혜연기자 pi@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