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민들 '野 지도부 거부감'에 화력 불발
강화서 최고위 한대표, 김여사 발언 쐐기
박용철 군수 당선 '수도권 교두보' 의미
인천 강화군수 보궐선거에서 박용철 국민의힘 후보가 승리한 것은, 국민의힘이 단순히 '보수 텃밭'을 지켜냈다는 그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일각에서는 전국 네 곳에서 치러진 기초자치단체장 재보궐선거 결과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이 두 곳씩을 나누어 가져 '이변은 없었다'고 평가를 내리기도 하지만 선거 과정을 되짚어 보면 그리 간단치 않다.
이번 선거는 여야 간을 공격하는 이슈와 이슈가 격돌하면서 여론전 양상으로 전개됐다. 특히 김건희 여사가 얽힌 명태균씨의 폭로가 잇따르면서 수도권은 물론이고 전국의 민심은 여권에 싸늘해졌다. 이번 서울시교육감 선거에서 불리한 판세를 뒤집은 진보진영 정근식 후보의 당선이 이를 말해준다.
국민의힘 입장에선 명태균씨 이슈가 부상하면서 텃밭이라고 믿은 인천 강화군과 부산 금정구를 내줄 처지까지 몰렸다. 이런 상황에서 부산이 고향인 민주당 김영배 의원의 '실언'이 터져 나와 국민의힘은 예상보다 손쉬운 승리를 거둘 수 있었다고 할 수 있다. 김 의원은 보궐선거 원인 제공자로 국민의힘을 지목했는데, 임기 중 병으로 숨진 고인을 모독한 것이란 비난 여론이 일었다.
강화군 역시 민주당 기세가 만만치 않았다. 민주당에서는 이번 보궐선거를 '강화 입성'의 절호의 기회로 여기고 중앙당 지원을 집중했다. 이재명 대표가 두 차례나 강화를 찾아 지원 유세를 펼쳤다. 인천과 경기, 서울지역 국회의원이 대거 동반 지원에 나서기도 했다. 국민의힘 측 위기감도 커졌다.
이때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강화도에서 최고위원 회의를 개최하고 예상치 못한 발언을 쏟아냈다. 지난 10일이었다. 최고위원 회의 모두발언을 끝내면서 작심한 듯 명태균씨 얘기를 꺼냈다. 한 대표는 "결연한 각오로 신속·엄정한 수사를 촉구한다"고 했다.
'협잡꾼' '정치 브로커'로 지칭한 명씨를 겨냥하기는 했지만 '수사 촉구'의 범주에는 김건희 여사까지 물려들어갈 수밖에 없었다. 한 대표가 강화도 최고위원 회의에서 김건희 여사 문제와 확실히 선을 그으면서 판세 뒤집기에 나선 거였다.
민주당은 이번 강화군수 보궐선거에서 한연희 후보가 42.12%를 획득해 50.97%인 박용철 후보를 앞서는 데 실패했다. 무소속 안상수 후보는 6.25%, 무소속 김병연 후보는 0.64%의 득표율을 얻었다. 민주당 선거캠프 내부에서는 중앙당 지도부의 대규모 화력 지원을 꺼리는 분위기도 있었다고 한다. 민주당 지도부에 대한 강화군민들의 거부감이 생각보다 크기 때문이었다.
10·16 재보궐선거에서 박용철 후보의 강화군수 당선은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에게는 '수도권 교두보 확보'와 같은 의미라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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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오기자 schild@kyeongin.com